theqoo

결혼식 축의금 13,000원 낸 친구

무명의 더쿠 | 12:03 | 조회 수 4870

[ 축의금 만삼천원 ]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서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이철환 『곰보빵』중에서 




고전글인데 읽을때마다 🥹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29
목록
1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프리메라x더쿠💛 프리메라 마일드 앤 퍼펙트 클렌징 오일 투 폼 체험단 모집! 282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캥거루 습격사건 🦘
    • 13:30
    • 조회 164
    • 유머
    1
    • 스트레이 키즈, '데뷔 8주년' 2026년 3월 25일 디지털 싱글 '별, 빛 (STAY)' 발매
    • 13:30
    • 조회 87
    • 이슈
    2
    • 전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 근황
    • 13:27
    • 조회 352
    • 유머
    2
    • 카카오페이 퀴즈정답
    • 13:26
    • 조회 159
    • 팁/유용/추천
    3
    • 김소영 '살인 레시피' 퍼진다…"진짜 기절한 듯 잠들어" 후기까지
    • 13:26
    • 조회 1073
    • 기사/뉴스
    9
    • 해외 패션계에서 차세대 명품으로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
    • 13:25
    • 조회 1197
    • 이슈
    12
    • 임윤아·이채민·한지민·이준혁 드라마 등 4편..'밴프 록키 어워즈' 후보 올라
    • 13:24
    • 조회 260
    • 기사/뉴스
    1
    • 원피스 실사 스모커 배우 캐스팅 비하인드
    • 13:23
    • 조회 1009
    • 유머
    28
    • 오사카 노루군단 근황
    • 13:23
    • 조회 846
    • 유머
    5
    • 핫게 전동휠체어 예식장 입장문
    • 13:22
    • 조회 2814
    • 이슈
    51
    • 사우디 ‘실세’ 빈 살만 왕세자, 트럼프에 전쟁 계속 촉구
    • 13:20
    • 조회 1314
    • 기사/뉴스
    21
    • 여축 팬들 충격에 빠진 화천kspo 홈 개막전 안내 포스터
    • 13:20
    • 조회 1321
    • 이슈
    22
    • 언니 나랑 난자 얼리러 가지 않을래
    • 13:20
    • 조회 1282
    • 이슈
    3
    • 트위터, 더쿠 등 써방 문화 관련 공감되는 말
    • 13:19
    • 조회 1465
    • 이슈
    33
    • 실제로 역스밍 시행했던 전적이 있는 방탄소년단 팬들
    • 13:17
    • 조회 3760
    • 이슈
    78
    • '중동사태 현안 논의' 국회 외통위 찾은 주한이란대사 [TF사진관]
    • 13:17
    • 조회 267
    • 정치
    4
    • ‘쓰봉’ 없이 쓰레기 못 버릴까?···‘종량제 사재기’ 안 해도 됩니다[설명할경향]
    • 13:15
    • 조회 1671
    • 기사/뉴스
    28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국내 새 티저
    • 13:14
    • 조회 439
    • 이슈
    1
    • 미용실 여자컷트 좀 봐줘
    • 13:14
    • 조회 2776
    • 이슈
    38
    • 극혐이였는데 나이드니 없어서 못먹는 삼대장
    • 13:13
    • 조회 3095
    • 이슈
    53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