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고가제 비껴간 ‘선박유’ 2배 폭등…육상 경유보다 비싸졌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물류 공급망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해운물류의 핵심 연료인 ‘선박유’ 가격이 한국에서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선박유 가격이 다른 주요 수출 국가(항구)에 견줘 지나치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수출 및 물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4일 한겨레가 에너지 정보 분석 기관 에스앤피(S&P) 글로벌 플래츠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보니, 선박 엔진용 초저유황유(VLSFO·이하 선박유)의 한국 가격은 중동 분쟁 직후인 지난 2일 톤(t)당 605.5달러에서 12일 1498.75달러로 147.5% 치솟았다. 지난 19일 기준으로는 1240달러로 12일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2일에 견줘 104.7% 뛰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는 각각 배럴당 77.74달러, 71.23달러에서 최대 108.65달러(39.8%·19일 기준), 98.71달러(38.6%·13일 기준)까지 올랐다.
국내 선박유 가격 상승 폭은 인근 주요 물류 국가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크다. 비슷한 에너지 연료 수입구조를 가진 일본은 같은 기간 선박유가 598달러에서 1080달러(19일 기준)로 80.6% 증가했고, 이란의 공격을 받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도 575달러에서 1126달러(12일 기준)까지 95.8% 증가했다.
국내 선박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통·물류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의 85%를 책임지는 해상 운송의 특성상 선박유 폭등은 곧 물류비 급등으로 직결되며, 이는 고스란히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국내 한 물류 대기업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선박유 상승분(2~3배)만큼 물류비용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해운회사들이 4월 초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하자, 화주들이 선적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나서며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유사와 선박유 공급업체로부터 “계약 가격에 공급이 어렵고, 수급 기간도 지연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는 중소형 선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 중소 선사 관계자는 “선박유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물류 수송 중에 기항지(포트) 기름값을 비교하며 가격이 싸면 예정에 없던 기항지에 들러서 기름을 넣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정유사들이 최고가격의 통제를 받지 않는 선박유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의 변동 폭도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큰 경질유(휘발유·경유·항공유 등)를 더 많이 생산하는 구조여서 중질유(선박유)가 적게 생산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박유 가격의 폭등이 결국 수출·물류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선박유 공급업체 관계자는 “물류·수출가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선박유 수출 통제나, 보조금 지급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97442?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