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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근처서 일하며 겪은 BTS 공연... 이래도 되는 건가

무명의 더쿠 | 14:07 | 조회 수 23557

▲  BTS(방탄소년단)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컴백 공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 아리랑’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렸다. 전 세계 190개국에 넷플릭스로 생중계된 이 공연은 한류의 위상을 보여준 자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광장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사무실에서 며칠째 준비 과정을 지켜본 시민기자의 눈에 비친 광화문은, 열린 광장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공개 감옥이었다.

광장을 삼킨 방호벽, 열린 공간의 사유화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겪은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공연에 철저한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방호벽 설정은 '안전 확보'를 넘어 '공간 차단'의 수준이었다. 16일부터 광장 일대에 부분 통행 제한이 시작됐고, 20일 오후 9시부터 22일 새벽까지는 광화문광장이 전면 통행 제한에 들어갔다. 33시간 동안 도심 한복판이 사실상 봉쇄된 것이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1.2킬로미터 구간에 외곽 통제선이 쳐지고, 31개 게이트에 공항 같은 보안 검사대와 금속탐지기가 곳곳에 설치됐으며, 경찰특공대까지 배치되었다. 광장을 둘러싼 방호벽은 마치 옹벽처럼 공연장 안과 밖을 철저히 차단했다. 모든 시민의 것인 열린 광장이, 사실상 하이브라는 사기업의 행사를 위해 사유화된 꼴이었다.


공연 당일, 기자는 공연장 근처까지도 못 가고 주변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바라본 광화문은 비유하면 감옥 그 자체였다. 높은 방호벽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깥에서는 알 수 없었고, 지하철역 출입구 29개소가 통제되고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은 일정 시간 동안 무정차 통과가 시행됐다. 인근 31개 빌딩의 출입마저 엄격히 통제됐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동의 자유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제한됐다.

광장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토요일이긴 하지만 근무지에조차 제대로 접근할 수 없었다. 평소 이용하던 지하철 출구가 막히고, 도로가 통제되고, 보행로가 좁아진 탓에 우회에 우회를 거듭해야 했다. 한 시민은 언론에서 '비티에스(BTS)가 도시 일부분을 마비시켰다'라고 말했다. 택배 배송이 제한되고, 경복궁과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공공시설이 문을 닫았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예식장 하객들은 경찰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  BTS 공연 하루 전인 21일 광화문 광장 모습. 
ⓒ 김슬옹


안전은 확보했을지 모른다. 사고 없이 공연이 끝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의 기본적 이동권과 생활권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침해돼도 되는 것인가. 경찰 6700명, 소방 등 공공 인력을 합치면 만 명이 넘는 공적 자원이 한 사기업의 행사에 동원됐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성명을 통해 '민간 공연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 경찰이 시민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집회의 자유마저 제한돼 돌봄노동자대회 행진이 취소되고,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에까지 자제 요청이 내려갔다.

비티에스 공연은 본래 세계적 한류 스타의 귀환을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신바람 나는 축제가 돼야 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시민 모두가 어울려 즐기는 열린 잔치여야 마땅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했는가.

넷플릭스와 하이브가 공연 전체 생중계를 금지하고 업로드 영상 분량까지 제한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공공성이 큰 공간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인데도 보도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비판했다. 광화문 일대 31개 빌딩의 출입을 통제하고 옥상에 오르는 것까지 차단한 것은, 해도 너무 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즐기는 열린 축제가 아니라, 철저히 통제된 폐쇄형 행사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당초 26만 명이 몰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실제 관람객은 4만 2천 명(경찰 비공식 추산, 주최측인 하이브 추산은 10만 명)에 그쳤다. 경호 및 통제 인력 1만 5천 명에 비하면 경호 인력 한 명이 시민 2.8명을 담당한 셈이다. 이 정도의 관객이면 기존 스타디움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시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광화문을 전세 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광화문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광화문 광장은 세종대왕의 한글 정신이 깃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공간이다. 촛불 시민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지켰고, 세종대왕 동상은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의 정신적 구심점이다. 이 공간을 특정 기업이 7일간 겨우 3천만 원의 대여료로 사용하면서, 시민의 일상을 광범위하게 제한한 것은 공공 공간의 취지에 어긋난다.

비티에스의 음악적 성취와 한류에 대한 기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자는 2018년 비티에스와 함께 '한글 으뜸 지킴이'로 선정된 바 있을 만큼, 그들의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 평가해 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이다. 세계적 음악인의 공연이라면, 시민을 감옥에 가두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어울리는 열린 축제의 방식이었어야 했다. 광화문 광장은 특정 기업의 공연장이 아니라, 5천만 국민 모두의 열린 광장이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조차 "근본적으로는 비티에스와 하이브가 하는 행사를 국가와 공동체가 지원하는 행사"라며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국민이 일정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연합뉴스>, 2026년 3월 21일). 이 말의 의미를 하이브와 서울시가 깊이 되새겨야 한다.

열린 광장을 감옥으로 만드는 공연은, 아무리 화려해도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없다. 앞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면, 안전과 시민의 권리가 양립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며 꿈꾸었던 '백성과 함께하는'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0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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