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명분으로 동맹국들에게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가운데, 걸프 지역에 배치됐던 미 해군 기뢰 제거함들이 수천㎞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의 군사적 참여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국 핵심 전력을 위험 지역 밖으로 이동시킨 모습이 드러나자, 책임 전가 논란과 전략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 걸프 떠난 미 기뢰 제거함
연합뉴스에 따르면 걸프 지역에서 운용되던 미 해군 소해함 3척 가운데 2척이 말레이시아 페낭 항구에 정박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함정은 기뢰 탐지 장비와 대잠 헬기 등을 갖춘 신형 기뢰 제거 전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장비다.
미 해군 제5함대 측은 USS 털사와 USS 샌타 바버라가 ‘군수 지원 정박’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기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함정이 이동한 거리는 약 4천마일, 약 6400㎞에 달한다.
선박 추적 정보에 따르면 나머지 1척인 USS 캔버라도 인도 남서부 해안 인근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걸프 지역에서 관련 전력이 동시에 빠져 있는 셈이다.
○ “위험 회피 조치” 분석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이동이 단순 정비가 아니라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들은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 능력을 강화한 상황에서 바레인에 정박한 함선들이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제5함대가 위치한 핵심 기지이지만 동시에 이란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 ‘타이완 시큐리티 모니터’의 에단 코넬 수석연구원도 연안전투함이 고강도 전투 환경에서 전면전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탁한 해역은 기뢰 탐지 작전을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 동맹 압박 속 전략 모순 논란
문제는 이러한 이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보호를 위한 군함 파견 참여를 요구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해협의 안전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핵심 기뢰 대응 전력이 전선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 지역 방어는 동맹에 맡기고 미국은 한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조치가 전력 보호를 위한 합리적 재배치인지, 아니면 위험 부담을 동맹에게 전가하는 신호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 배치와 외교 메시지가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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