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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년간 과징금 달랑 '4건'… 담합의 유혹[설계자들]

무명의 더쿠 | 18:04 | 조회 수 35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733212?sid=101

 

담합은 어떻게 국민의 삶을 파괴했나
최근 10년간 식품업계 담합 과징금 살펴보니
담합 과징금보다 큰 '부당이득'
리니언시 악용 과징금 감면 꼼수

편집자주밝은색을 띨수록 고급으로 분류되는 '하얀 가루'. 조선 시대 '진가루'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던 밀가루는 6·25 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대량 유입돼 폐허가 된 한반도 백성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국수부터 라면, 빵, 과자 등 국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밀가루는 식품 산업의 필수 원재료로, 가격이 오를 경우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밥상·외식물가'도 동반 상승해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키웠다. 아시아경제는 검찰의 밀가루 담합 사건 공소장을 토대로 6조원에 이르는 '밀가루 가격 담합' 설계 과정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지난 6년간 담합이 어떻게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는지 해부했다.



최근 10년간 식품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된 사례는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3건은 하림그룹이 연루된 반복적인 닭고기 가격 담합이었다. 최근 10조원대에 이르는 설탕과 밀가루 가격담합에 이어 6조원이 넘는 전분당 담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먹거리를 둘러싼 기업들의 '짬짜미'가 근절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담합을 통해 거둔 부당이득이 과징금보다 큰 것도 담합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12일 본지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최근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식품업체 과징금 부과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82개 기업에 75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담합 사건은 4건(26개 기업)으로, 2022년 5월 17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된 16개 육계 기업의 가격 담합을 비롯해 닭고기 가격 담합 사건이 3건이다. 나머지 1건은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이었다. 이번 통계에는 공정위가 지난달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에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설탕 가격 담합 업체들은 제외됐다.
 

'식품업체 담합' 10년 동안 4건… 과징금 7540억원



(중략)

특히 닭고기 생산부터 판매까지 수직계열화한 하림은 닭값을 올리기 위해 종계(씨닭)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3개 종계 판매사와 담합해 2019년 18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2022년 5월 치킨과 닭도리탕 등에 사용하는 육계 신선육 판매 기업 16곳의 짬짜미가 적발돼 1758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당시 하림과 하림지주, 한강식품, 올품 등 하림그룹 계열사가 4곳에 달했다. 하림과 올품 등 계열사는 같은 해 6월에도 토종닭 가격을 담합에 가담했는데 총 6개 기업이 15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닭고기 시장 1위인 하림과 하림그룹 계열사인 올품, 한강식품을 합한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하림그룹 닭고기 계열사가 지난 10년간 부과받은 담합 과징금은 926억원에 달하며 전체 담합 과징금 3000억여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하림과 올품이 연루된 육계 담합사건의 경우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45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이 이뤄졌는데, 이들 16개 기업은 출고량 조절과 생산량 감축 등 광범위한 담합 수단을 동원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최근 공정위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밀가루 담합 사건의 경우에도 1963년 '삼분(三粉, 설탕·밀가루·시멘트)' 사건이 시초로 10개 밀가루 제조사가 담합을 통해 밀가루 가격을 고시가격의 3배까지 인상해 100억원 이상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분과 동아제분, 한국제분 등 7개 밀가루 제조사는 2006년에도 담합사건이 적발된 바 있다.

반복되는 '악의 고리'… 허술한 리니언시 제도

먹거리 담합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배경은 업체들이 극비리에 논의하고 진행한 탓에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장기간 담합이 이뤄져도 이를 인지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전 영역에서 담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담합하는 업체들은 담합 정보를 유출하는 기업을 업계에서 퇴출해버리는 수준의 제재를 취하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서 담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통해 담합을 적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허술하게 운영해 상습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그 사실을 공정위에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이나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공정거래법은 가장 먼저 신고한 1순위 기업은 과징금을 100% 면제하고, 형사 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순위 신고자는 과징금의 50%를 감면받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144건의 담합에 총 1조302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 중 98건에 자진신고 감면을 적용해 2583억원을 감면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 분할·신설된 경우 '과거 과징금 납부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반복 위반해도 감면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정위가 하위 고시를 운용해 과징금을 과도하게 깎아줬다는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 감사원은 신고포상금 제도에 따른 제보자 신고 내용을 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아 위반업체의 자진신고 감면 의결이 이뤄진 사안 등도 적발했다.

담합 업체들도 리니언시 제도 등을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처벌까지 회피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담합신고 순위에 따라 처벌을 감경받는 리니언시 제도의 특성상 공정위와 검찰에 신고한 순위가 다를 경우 감경 순위를 정하기도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리니언시의 신고 창구는 공정위와 검찰로 이원화됐다.

담합 이득보다 낮은 '과징금'… 가담자 처벌 수위 높여야

현행 과징금 제도를 통한 제재가 담합을 통한 부당이득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다. 담합이 사실상 '남는 장사'라는 기업들의 인식이 팽배한 탓에 담합이 반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 매출액의 0.6% 또는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2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담합 사건은 해당 사업자의 매출액의 20%까지,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최근 설탕·밀가루 등 잇따라 담합이 적발되면서 관련 매출액의 10%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했다. 중대한 담합은 15~18%, 매우 중대한 담합은 18~20%까지 과징금을 상향한다. 담합을 반복할 경우에는 과징금이 가중된다. 과거 10년간 1회라도 과징금 납부 명령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 100%까지 가중하기로 했다.

관련 입법도 추진 중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의 6%에서 20%로, 담합은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김 의원은 "기업들이 담합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국회에 발의돼 있는 과징금 상향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이 애초에 담합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다.

담합 가담자의 처벌 수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밀가루 담합에 연루된 이들을 기소하면서 담합을 실행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합이 답습되는 것은 담합을 실행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은 법인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실제 범행을 저지른 개인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만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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