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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선 가게가 문 닫는데…정치는 '수박' '뉴이재명'

무명의 더쿠 | 15:59 | 조회 수 129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3/0000056621?sid=1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 정책토론회 ‘검찰의 공소권 남용과 형사소송법 제255조 공소취소’에 참석해인사말을 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 정책토론회 ‘검찰의 공소권 남용과 형사소송법 제255조 공소취소’에 참석해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



필자는 부업으로 시작한 '요거트'가게를 2년 만에 닫는다. 필자뿐이 아니다. 서울 종로 거리를 걷다 보면 공실 상가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니 서울 어디를 가도 '임대 문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자영업 폐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제 숫자가 아니라 거리의 풍경이 되었다. 민생이 어렵다는 말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적 감각이다.
(중략(

여기에 국제정세라는 외생 변수까지 더해졌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는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불안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물가 압박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부 변수는 통제할 수 없더라도 내부 대응은 정치의 책임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치의 중심은 분명해야 한다. 민생이다.

여당, 내부 세력 경쟁에 몰두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그 방향과 다소 어긋나 보인다. 특히 집권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생보다 권력의 흐름이 더 강하게 감지된다. 친문 세력은 영향력 회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친명 역시 각종 조직과 모임을 통해 세를 다지고 있다. 계파는 정당정치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민생 위기 국면에서 정치의 중심이 문제해결 경쟁이 아니라 내부 세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시 불붙은 '수박 논쟁'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른바 '수박 논쟁' 과정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민주당의 성골'로 표현한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이재명 정치를 '올드 이재명'과 '뉴 이재명'으로 구분하며, 선명성 정치에서 벗어나 통합과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의 글 공유는 의도성 여부와 무관하게 계파 구도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유시민 전 이사장 역시 강성 지지층 문화와 내부 낙인 정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논쟁에 참여했다. 그는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논의 및 친문계 세력 재건을 둘러싼 '친문 패권주의' 우려를 허구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었지만, 최근 '공취모'와 같은 친명 조직화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당내 노선 갈등을 더욱 노출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민주당의 정치 의제를 보면 또 하나의 흐름이 눈에 띈다.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재판소원제 등과 같은 사법제도 개편 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제는 헌법개정 사안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와 일반 사법 체계의 권한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제도다.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서둘러 처리할 정책이라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제도적 논쟁에 가깝다.

문제는 지금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제도개편 논쟁이 아니라 민생이다. 경기 둔화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물가와 생활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제도 개편이 정치의 중심 의제로 등장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정청래 대표의 발언은 이 의문을 더욱 키웠다. 그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민생 법안을 즉각 처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3월에 민생 법안을 처리해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치는 전략의 영역이지만, 민생은 전략의 소재가 아니다. 민생 법안의 처리 시점을 선거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순간, 정책은 시민의 삶이 아니라 정치적 장면처럼 보인다. 정치는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지금 시민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압박이 자영업 생존과 생활비라면, 정치가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제도 논쟁이 아니라 민생 대응의 속도다. 제도 개편은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다.

이 흐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도 대비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이후 제출한 법안의 국회 통과율이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입법 지연을 강하게 질타했다. 체납 관리 강화, 행정 효율화, 민생 지원과 직결된 법안들이 장기간 계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행정부 차원의 대응까지 주문했다. 정부는 속도와 실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집권당 내부에서는 정치적 의제 경쟁이 앞서면서 당정 간 리듬이 어긋나는 장면이 나타난다.

최근 정치권 주변에서 자주 언급되는 '뉴 이재명'이라는 개념은 이 상황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뉴 이재명'은 선명성보다는 실용성과 행정 능력을 기대하는 중도 성향 지지층을 가리킨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바로 이 실용적 기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집권당이 계파 논쟁과 이념적 입법에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가장 먼저 이탈할 층은 바로 이 중도층이다.

이 장면은 2004년 총선에서 압승했던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거대한 개혁 동력을 확보했지만, 내부 노선 갈등과 계파 경쟁 속에서 정치의 중심은 점차 민생에서 멀어졌다. '4대 개혁'이라는 '비민생적' 의제는 정치적 상징으로는 남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내부 경쟁은 결국 개혁의 추진력을 약화시켰다. 압도적 의석은 정권 재창출로 연결되지 못했고, 2007년 정권 교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집권당의 위기는 외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내부 경쟁이 민생보다 앞섰을 때 시작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 투쟁 치우치면 민생은 뒷전 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패턴은 반복된다. 미국 민주당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 의료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추진했지만, 내부에서 진보와 중도 세력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치적 에너지가 소모됐다. 경제는 통계상 회복 국면에 있었지만 시민의 체감은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큰 패배를 경험했다. 정책의 방향성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 시민의 삶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결국 문제는 친문이냐 친명이냐의 구도가 아니다. 민생이 흔들리는 시기에 정치의 에너지가 어디에 투입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정치가 내부 의제와 노선 경쟁에 몰입하는 순간, 시민은 정치와 자신의 삶 사이의 거리를 체감하게 된다. 집권당은 정부가 민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치적 안정과 입법적 뒷받침을 제공해야 한다. 재판소원제와 같은 중대 사안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속에서 다뤄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체감경기 회복과 민생 입법의 속도다. 지방선거는 계파 확장의 무대가 아니라, 집권세력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평가받는 자리다. 민생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공실 상가와 줄어든 매출, 높아진 이자 부담이라는 구체적 현실이다. 정치가 그 현실보다 내부 경쟁을 우선한다면, 시민은 방향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문제 삼을 것이다. 집권당이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지, 그 답은 머지않아 선거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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