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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는, 나의 스승"…이나영, 배우의 '배움' (아너)

무명의 더쿠 | 13:14 | 조회 수 455


"이 한 땀 한 땀이 쌓여서 제가 되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흔들림 없는 변호사다. 하지만 안에는 오래된 상처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순간 성폭력 피해자라는 과거를 스스로 드러내며 감정을 터뜨린다.


그래서 쉽지 않았다. 노골적인 감정신은 많지 않지만, 사실은 모든 장면이 감정 위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어려움이 좋았다.


이나영은 "연기는 죽을 때까지 어려울 거다. 그런데 잡히면 안 될 것 같은 모순적인 느낌이 든다. 그 미묘한 긴장감이 좋다. 그래야 성장도 하니까"라고 말했다.


'디스패치'가 최근 ENA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을 끝낸 이나영을 만났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성한 그의 시간을 들었다.



◆ 셀럽 변호사 | 케이트 블란쳇처럼


'아너'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여성 성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 L&J 세 변호사 윤라영(이나영 분), 강신재(정은채 분), 황현진(이청아 분)이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나영은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첫 장르물에, 첫 전문직 여성을 맡았다. 그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역할의 다양성이 생기는 것이 굉장히 반가웠다"고 밝혔다.


라영은 핫한 셀럽 변호사다. 법대 동기들과 함께 세운 로펌 L&J의 대외적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다. 외적인 면모도 굉장히 중요했다. 입을 수 있는 자켓은 종류별로 다 입어봤을 정도로 스타일링에 신경 썼다.


이나영은 "대외적인 활동을 하니까 좀 화려한 느낌을 주려 했다. 이야기가 무거우니까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라도 좀 있으면 했다"며 "한 번에 정한 옷이 없었다. 매회 톤이 어울리는지 피팅 사진을 보드에 대보면서 몇 시간씩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전문직 여성의 느낌은 케이트 블란쳇과 제시카 차스타인의 작품들을 보며 참고했다. 그는 "저는 영화를 통해 공부를 많이 한다. 너무 대배우들이지만,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다. 영화 '디스 클레이머'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 성폭력 피해자 | "모든 신이 어려웠다"


라영은 단단하고 당당하게 피해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복잡다단한 심리가 녹아있다. 이나영은 "이번엔 감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해 보니 대본 전체가 다 감정신이더라"고 떠올렸다.


"라영이 기자회견, 방송 등 대외 활동을 많이 하잖아요. 아나운서 톤이 아니라, 본인이 피해자인 것을 감추면서도 주장을 자신감 있게 끌고 가야 하는 게 있었습니다. 누르다가도 터뜨리고, 마냥 센 것이 아닌 공감을 얻어야 하는 여성이어야 했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발성 공부도 다시 했고요."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신으로 8회, 라영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전 국민 앞에서 털어놓는 신을 꼽았다. "내가 이런 피해자였다고 어렵게 이야기하면서, 세상에 더 큰 사건을 알려야 되는 책임감도 담겨 있어야 했다"고 떠올렸다.


"감정이 너무 올라가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됐어요. 공포와 무너짐도 있을 거고, 죽음에 맞서는 용기 같은 게 필요했습니다. 그걸 말하고 탁 토해냈을 때의 감정들이 어려웠어요."


비슷한 소재인 영화 '세계의 주인'을 보며 도움받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 며칠을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가 촬영 중반쯤이었는데, 표현의 강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라영이 '더 아파도 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감정을 폭발시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촬영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내레이션을 녹음했어요. 감정을 다 빼고 담백하게 가야 된다고 했는데, 너무 많이 울어버렸죠. 이 드라마는 강요하지 않고, 상처를 덮어두려 하지도 않고, 옆에서 기다려주는 느낌이라 마음이 더 짠했던 것 같아요."



◆ 20년지기 친구 | '척'하지 않게


'아너'는 세 여성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나영은 상처를 안고도 끝내 싸움을 멈추지 않는 여정을 담담하게 이끌었다. 정은채는 이들의 리더로서 이끌며 극의 중심을 붙들었다. 이청하는 감정에 솔직하고, 몸을 먼저 내던지며 세 사람의 연대를 더욱 단단하게 묶었다.


이나영은 "20년지기 친구라는 관계성이 너무 탐났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의 관계에서 그런 느낌이 났으면 했다"며 "'미스트리 아메리카'나 '프란시스 하' 같이 그런 자연스러운 무드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세 사람의 케미는 처음부터 완성된 건 아니었다. 이나영은 "여배우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 셋 다 낯가림이 심해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며 "멜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20년지기의 친밀도를 첫회부터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쓰는 것처럼 보이고, 친한 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빼려고 노력했다"며 " 셋이 함께 있는 장면은 연극적인 리허설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 다양한 아이디어나 몸의 부딪힘이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저는 현장에서 라이브 하게 내던져지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 더 케미가 묻어나올 것 같더라고요. 각자 캐릭터에 몰입해 있다 보니 내적 동질감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했고요. 나중에는 '어디가 아프네, 얼마나 추웠네, 더웠네, 뭐 먹었네' 소소한 이야기도 하며 편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왔죠."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25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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