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차로 서울역 간 꼬마들… 노숙인 급식소서 배운 ‘나눔’[아살세]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6시 20분. 최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에 초등학생 자매가 부모와 함께 배식 봉사를 위해 찾아왔다. 문을 열자 갓 지은 밥 냄새와 국 끓는 소리가 먼저 맞이했다. 주방에서는 봉사자들이 식판을 준비했고 이용자들이 하나둘 들어오며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인천에 사는 조수아(12), 아인(10) 자매는 이날 봉사를 위해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서울역을 향하는 첫차를 탔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전날 미리 준비해 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챙겨 입고 간단히 세수한 뒤 배식 봉사에 필요한 마스크를 챙겼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아침애만나는 무료급식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아침 식사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일용직 근로자, 결식 우려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2024년 7월 문을 열었다.

현재 조식 기준 하루 평균 380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중식과 석식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650명이 이곳에서 식사한다. 운영 방식도 일반 무료급식소와는 다르다.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대신 이용자가 자리에 앉으면 자원봉사자가 식판을 직접 식탁으로 가져다준다. 봉사자들은 음식을 건네며 “좋은 아침입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전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손님처럼 맞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날 수아는 식판에 고구마를 올리는 일을 맡았고 아인이는 수저를 놓는 역할을 맡았다. 작은 손으로 반복해 식판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서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자매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현장에서는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다. 한 봉사자는 아이들이 새벽 시간에 일어난 이야기를 듣고 “더 자고 싶었을 텐데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계단에서 줄을 서 있던 어르신들도 “인사 잘한다” “고사리 같은 손길로 봉사하니 고맙다”고 격려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도 그때였다. 수아는 “한 할머니가 사탕 하나를 주셨다”며 “학교에서 청소 같은 봉사를 하는데 오늘은 진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아인이는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즐거웠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이번 봉사는 아버지 조한익(44)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조씨는 회사 동료를 통해 아침애만나의 개소 과정을 알게 되면서 봉사에 관심을 가져왔다. 아이들 방학 시기에 아내와 뜻을 모아 온 가족이 봉사에 참여했다.
https://v.daum.net/v/20260315000346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