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정현승씨(27)는 “BTS 공연 날 시청역 인근에서 오픽 시험(국제공인 외국어 말하기 시험)을 보기로 접수해놨는데 주변 지하철역이 다 무정차라고 하더라”며 “버스도 우회 운행할 텐데 솔직히 민폐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마 전에도 도심 마라톤 때문에 토익 시험장에 갈 때 지각할 뻔해 화가 났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긴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무료 콘서트를 앞두고 시민 일부와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서 사는 박찬주씨(59)는 12일 “그날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평소에도 이 근방이 관광객과 유동 인구가 많고,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는 사랑제일교회 집회까지 열려 외출을 자제하는 편인데 그날은 더 심할 것 같다”며 “BTS가 케이팝을 널리 알린 건 맞지만 모두가 팬은 아니지 않느냐. 공연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개인 기업의 공연 때문에 수많은 공무원 인력이 투입되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 신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콘서트 당일 인근에서 결혼식 하는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며 “예약을 취소할 수도 없고, 돈 몇천만원 쓰고 손님들에게 욕만 먹게 생겼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공연 당일 전면 폐쇄를 결정한 KT광화문웨스트 빌딩 입점 상인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연중무휴로 영업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쉬게 됐다”며 “KT 측에서 평균 매출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겠다고 했지만 평소처럼 영업했다면 손님이 몰려 매출이 두 배 이상은 됐을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의 꽃집에서 일하는 B씨 역시 “주말에 데이트 손님이 많아 매출이 높은 편인데 아예 영업을 못 하게 됐다”며 “토요일 예약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도 없어 다른 지점으로 가서 주문 꽃다발을 준비해야 해 번거로워졌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직원 C씨는 “한 달 전쯤 건물 폐쇄 안내를 받아 21일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며 “주말 매출이 아쉽긴 하지만 인명 피해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저희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어 (폐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공연 특수를 기대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광화문광장 인근 골목에서 와인 전문점을 하는 김모씨(32)는 “뜻하지 않게 대목을 맞게 됐다. 안 반기는 사람이 있겠냐”며 “이 주변 사장님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이 많이 모일 것에 대비해 작은 팝업스토어도 열 예정이고, 방탄소년단이 즐겨 마신다는 와인도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하철 무정차 조치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사고가 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공연 당일 다중운집 인파 재난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발령했다. 서울경찰청은 최대 26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약 4800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해 인파 관리와 범죄 예방, 테러 대비에 나설 예정이다.
공연 당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무정차 통과한다.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도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열차가 서지 않는다. 주요 도로 통제로 버스 62개 노선도 우회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