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파종 다가오는데…이란 전쟁에 ‘비용 폭탄’ 맞은 미국 농부들 한숨만
질소비료 핵심 운송로 호르무즈 막히고
농기계 움직이는 디젤가격도 수직 상승
‘친농업 정권’ 자부하던 트럼프 정부서
안그래도 힘든 농가들, 비관 전망 늘어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 주에서 2,500에이커의 옥수수밭을 경작하는 농부 앤디 조브먼은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란 전쟁 소식이 터지기 전, 그는 이미 작년 가을에 질소비료 계약을 끝내놓았다.
가격이 비쌌지만 공급업자가 귀띔해줬다. “앞으로 6개월 안에 내려갈 것 같지 않습니다.” 그 한마디를 믿은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면 미리 계약을 못 한 농부들은 지금 ‘멘붕’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비료 값이 폭등해 미국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비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비료 무역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는데, 지금 그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질소비료의 주요 수출국이다. 질소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만드는데, 이 나라들의 배가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하자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뉴올리언스 항구 기준, 요소(질소비료의 핵심 성분) 1톤 가격이 전쟁 전 470달러에서 현재 585달러로 껑충 뛰었다. 트랙터를 굴리는 디젤 연료 가격은 단 일주일 만에 갤런당 1달러가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인도도 자국 내 비료 생산에 차질이 생겨 세계 시장에서 비료를 사들여야 할 판이다.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전쟁 때문에 힘들어진 농부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미국 농부들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허리가 휘어 있었다.
농업 전문 매체 ‘팜 저널’이 올해 1월에 설문조사를 했더니, 농부 4명 중 3명은 “지금 작물 시장이 불황”이라고 답했다. 3분의 2는 “수익성의 최대 걸림돌은 재료비”라고 했다. 2026년은 많은 농부들에게 3~4년 연속 적자가 될 전망이다.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이 차례로 덮치며 생산 비용은 치솟았는데, 정작 농부들이 받는 작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농가 부채와 파산이 늘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농업협회 회장 해리 오트는 상황을 이렇게 요약한다.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우리 주에서 대부분의 밭작물은 이미 손익분기점이거나 손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농무부는 “우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친농업 정권”이라고 자부한다. 농부들을 위해 120억 달러 규모의 구제 패키지도 내놨지만 농부들이 체감하긴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무역 전쟁을 촉발시켰다. 지난달 대법원이 대통령의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하자, 주요 농업 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무역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몇 시간 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 관세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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