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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 장관에 의견표명

지난해 7월23일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앞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주민 차별 진정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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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경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금 사업을 추진할 때 지급 대상 외국인 범위 기준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1월16일 행정안전부와 옛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이주노동자평등연대를 비롯한 이주민 단체들은 고려인 동포 등 이주민들과 함께 ‘일부 외국인에게만 민생회복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정부는 당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시행하면서 결혼이민자·영주권자·난민인정자의 경우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라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건강보험 등에 가입돼 있더라도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이 1인 이상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가구’에 한해 지급했다.
행정안전부는 인권위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정부 재정을 투입해 긴급히 시행되는 시혜적 지원 사업으로,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추진되는 만큼 외국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 취지와 재정 부담, 집행 가능성, 기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이는 정책 결정에서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이숙진 상임위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 외국인을 정할 때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외의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재량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은 기각했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 정책에서 이주민을 과도하게 배제할 경우 사회적 형평성과 공동체 연대를 훼손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를 들어 의견을 표명했다.
2025년 8월 말 기준 국내에는 200만 명 이상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인권위는 장기간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 등 핵심 산업에서 일하며 세금과 사회보험료 납부하거나 지역 내 소비를 통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현실을 참작해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규범은 국적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경기 부양이나 재난 대응을 위한 지원을 외국인에게도 폭넓게 적용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 역시 내국인과 외국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연대와 공동의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인 등 외국국적동포는 역사적·사회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국적 취득의 어려움으로 제도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는 만큼 정책적 배제 대상으로 삼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외국국적 이주민의 인권 보호와 사회통합을 증진하고,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재정 지원 정책의 적용 대상을 포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유사한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는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외의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