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내내 부진하며 마음고생…"생각 많아졌다"
9회 이정후 수비엔 크게 감탄…"경험의 차이"

9회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8강행은 불투명했다. 1점이 모자랐다.
한국이 6-2로 앞서던 9회초 선두타자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볼넷 이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내야안타, 그리고 상대 실책으로 만든 1사 1, 3루에 타석에는 안현민이 들어섰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지만 이번 대회에선 내내 부진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날 앞선 타석에선 두 차례 안타를 때려낸 만큼 충분히 기대를 가져볼 만했다.
하지만 안현민은 불안했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안현민은 "사실 어제(대만전) 경기 끝나고 최대한 핸드폰을 안 보려고 했는데, 어딜 들어가도 나오더라. 좋지 않은 말들을 많이 보다 보니 사실 오늘 큰 기대를 못 했던 것 같다. 저 자신에게도 기대를 못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안현민은 타구를 외야 멀리 보냈고, 그의 희생플라이가 만든 타점은 한국을 마이애미로 이끌었다.
안타가 아니었음에도 안현민은 화끈한 배트 플립을 선보이며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안현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고작 희생플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한테는 아니었다. 제게는 끝내기 안타, 홈런만큼이나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한 점이 저희에게 기회가 된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더 끌어올려야 된다고도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안현민은 "사실 연습 배팅을 해도 느낌이 나쁘지 않고, 몸 상태도 괜찮았다. 저 역시 부담감을 안 가지려고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생각이 많아지더라. 만약 제가 못해도 팀이 이겼으면 크게 그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저한테 찬스가 걸리는 경기에서 다 지다 보니까 솔직히 많이 버거웠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수비 때부터 기도했다.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이 또 가벼운 게 막상 1, 3루 상황에 서니까 '왜 나한테 시련을 주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허무하게 웃었다.
하지만 안현민은 "어떤 공이 오든 어떻게든 띄운다는 생각이었다. 또 다행히 공이 배팅에 맞았다"며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니까 안도감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호수비에 대해 그는 "그건 잡고 안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트에 들어간 타구였다. 그건 경험이다.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면 그 궤적을 상상해서 라인을 그려야 한다. 저는 아직 그 부분은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생애 첫 태극마크에 WBC 8강까지 이룬 안현민은 더 먼 미래를 꿈꿨다.
"오늘이 제 평생의 자랑거리일 것"이라는 그는 "저희의 첫 목표를 이룬 만큼 더 높게,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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