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지금 읽는 독서가마다 머리에 물음표 뜨고 있다는 서울도서전 소개글

무명의 더쿠 | 03-09 | 조회 수 4358

인간선언 𝐻𝑜𝑚𝑜 𝑑𝑢𝑑𝑢𝑟𝑖


호모 두두리, 질문하는 인간의 새로운 이름

 

책을 펼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림책을 처음 손에 쥔 아이도, 추리소설을 읽느라 밤을 새는 어른도, 그 순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문을 두드리는 일. 이것이 바로 독서의 본질이다. 올해의 도서전은 여기서 출발한다.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호모 두두리’다. 두두리는 한국의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로 도깨비의 원형이다. 또한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두두리는 불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불을 응시한다. 불은 나무로 된 두두리의 몸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두려운 대상이다. 그러나 두두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에게는 불을 다루는 슬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서 AI라는 불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다. 무엇을 물어봐도 AI는 막힘없이 답한다. 단숨에 소설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찍는다. 이 불을 피할 길은 없다. 그렇다면 이 세찬 불길 앞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슬기가 필요할까?

 

욥은 잿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자식도, 재산도, 건강도 다 잃었다. 세 친구가 찾아와 그를 위로했다. 고통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네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논리적으로 완벽한 답이었다. 그러나 욥은 그 답을 팽개치고 신을 향해 묻는다. 왜 의로운 자가 고통받느냐고. 어떻게 악한 자들이 번영하느냐고. 사람은 왜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오지 않느냐고. 이 무모한 질문에 신은 정답을 말한 세 친구가 아니라 욥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폭풍 속에서 더 큰 질문으로 대답한다.

 

장자는 이 이치를 다른 방식으로 꿰뚫었다. 어느 밤, 나비가 된 꿈을 꾼 그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나비를 꿈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나비가 인간인 나를 꿈꾸는 것인가? AI라면 즉시 답할 것이다. 압도적으로 높은 확률로, 당신은 인간이고 나비는 꿈이었다고. 그러나 장자의 질문이 겨냥하는 것은 바로 그 ‘압도적인 확률’이 전제하는 이분법 자체다. 꿈과 현실, 옳음과 그름 사이에 그어진 경계는 과연 자명한가?

 

여기에 인간과 AI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AI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답으로 가능성의 문을 닫는다. 인간은 더 큰 질문으로 그 문을 다시 연다. 욥의 질문은 고통의 의미를 새로 쓰게 했고, 장자의 질문은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인류의 사유가 매번 한 걸음씩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 것은 확률이 가리키는 답이 아니라, 그 답 너머를 향한 질문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질문들의 기록이 바로 책이다.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에게 다가간 최초의 인간 이후로, 인간은 그 불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AI라는 불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불이 아니라, 이 불로 어떤 질문을 벼려내느냐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나오는 더블린의 청년 스티븐 디덜러스는 그 순간을 이렇게 썼다. “어서 오라, 삶이여! 나는 이제 백만 번씩이라도 경험의 현실을 만나러,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종족의 의식을 벼리러 가겠노라.”

 

그렇다. 인간은 확률이 정해준 답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 답을 자신의 뼈아픈 경험이라는 뜨거운 불 속에 다시 던져 넣고, 맹렬한 질문의 망치질을 거듭한다. 과거의 패턴 속에서 정답을 반복하는 기계와 달리, 인간은 끝없이 질문함으로써 이 세상에 ‘아직 창조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길을 열어젖힌다. 그것이 인간이 불을 다뤄온 방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안전한 대답을 거부하고 백만 번씩이라도 미지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자. 새로운 불을 응시하며 영혼의 대장간에서 더 큰 질문을 벼려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자. 그가 바로 호모 두두리다.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질문들이 모이는 자리다.

 

지금,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공동작성 : 김연수, 클로드 소네트 4.6, 제미나이 3

 

https://sibf.kr/page/11

 

 

 

 

https://x.com/boida_SF/status/2030860182650245516?s=20

 

https://x.com/not_unot_u/status/2030864209135948263?s=20

 

https://x.com/kinophio/status/2030904100079251884?s=20

 

 

 

 

호모 두두리 두두려 맞는 중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26
목록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힌스X 더쿠🌙] 그동안 없었던 신개념 블러링 치크🌸 힌스 하프 문 치크 사전 체험단 모집 387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2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5살아들의 유튜브 검색 이력을 보고 충격받은 일본 엄마
    • 22:37
    • 조회 158
    • 이슈
    • [2026 WBC 팀 코리아 넥스트매치🇰🇷] ▶3월 14일(토) 7:30 AM vs 도미니카 공화국 (🚩마이애미)
    • 22:35
    • 조회 103
    • 이슈
    2
    • 월세를 24개월까지 밀려 봤다는 배우
    • 22:34
    • 조회 915
    • 이슈
    5
    •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나오는 과자 2종.jpg
    • 22:34
    • 조회 332
    • 이슈
    1
    • 평단 역시 박지훈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단종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세대의 감정 언어로 표현해낸 인상적인 연기”라고 평가하며 그를 ‘2026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의미 있는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 22:33
    • 조회 206
    • 이슈
    4
    • 미우미우 아이템 9종 착용하고 입국한 투바투 연준
    • 22:33
    • 조회 468
    • 이슈
    5
    • 13년전 오늘 발매된, 태연 "그리고 하나"
    • 22:32
    • 조회 27
    • 이슈
    1
    • 정호영 쉐프 모지리 아니 호지리됨
    • 22:32
    • 조회 233
    • 이슈
    • '아빠뻘' 남편 손에 죽은 19살 베트남 신부…죽기 전 편지에 "원망 안해"[뉴스속오늘]
    • 22:31
    • 조회 619
    • 이슈
    6
    • 자길 버리고 간 아빠(주인) 목소리 듣고 우는 강아지ㅠㅠㅠㅠㅠ
    • 22:30
    • 조회 724
    • 이슈
    9
    • 전남친이 준 오르골에서 비밀공간을 발견한 사람
    • 22:29
    • 조회 1670
    • 이슈
    37
    • 보검매직컬 다음주 8화 예고 <게스트 알바생: 김소현>
    • 22:27
    • 조회 1001
    • 이슈
    8
    • 4년전 오늘 발매된, 존박 "니가 내리는 날에"
    • 22:20
    • 조회 54
    • 이슈
    • 차량 색상들이 다 단조롭고 재미없는 이유
    • 22:19
    • 조회 2289
    • 이슈
    16
    • 진짜 치매 걸린 거 같은 오늘자 트럼프 "전쟁 더 격화될 것"
    • 22:18
    • 조회 1044
    • 이슈
    7
    • 역사무지랭이 원덬의 중동 전쟁사 역사 공부하기
    • 22:17
    • 조회 518
    • 이슈
    10
    • 연기로 전향한다는 SMTR 니콜라스
    • 22:17
    • 조회 1782
    • 이슈
    6
    • ITZY - That's a no no 커버 최강자들의 대결
    • 22:16
    • 조회 472
    • 이슈
    6
    • 2년전 어제 발매된, 웬디 "Wish You Hell"
    • 22:13
    • 조회 132
    • 이슈
    5
    • 자폐 아들을 둔 말기암 아버지
    • 22:12
    • 조회 11957
    • 이슈
    126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