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도 러시아 말만..." 새 학기 서러운 고려인 동포 학생들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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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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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선일중학교에는 구소련 출신 고려인 동포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한국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주로 소통한다. 한국어를 충분히 익히기 전에 학교생활을 시작한 탓이다. 올해 고교 진학을 앞둔 임 리디아(17)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았는데도 한국말이 어렵다. 중학교 입학 이후엔 수업 듣는 것도 벅차다"고 털어놨다.
다른 동포들보다 유독 고려인들이 한국말이 서툰 건 1937년 스탈린 정권의 소수민족 억압 정책으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민족어 교육'이 금지됐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조선족 민족 교육을 통해 한국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중국 동포와 달리, 고려인 동포의 언어적 단절은 세대를 거쳐 이어졌다.
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선 공교육상 이중 언어 교육이 절실하지만, 수년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산·인천·제천·광주 등 전국 각지에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면서 선일중과 같은 이주민 밀집 학교가 증가하고 있어, 체계적인 이중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인들이 한국어에 서툰 가장 큰 이유는 단계별 교육 체계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몰입 교육 부재'가 대표적이다.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선 입국 후 초반 몰입 교육이 중요한데 접근이 용이한 교육시설이 거의 없는 데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맞춤형 교육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선일중 다문화 특별학급 임미은 부장교사는 "입국 후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시기는 3~6개월"이라며 "고려인 동포의 경우 부모가 아이보다 한국어가 서툴러 보호자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언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립교육원이 개발한 '표준 한국어' 교재가 있지만, 내용이 '기초 한국어' 수준이라 교과 수업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교육부는 한국어 학급 운영에 따른 '표준 한국어' 교재를 최대 4학기(2년) 이내에 이수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수준별 수업을 해도 빈틈은 있다. 2024년에 다문화연구학교로 선정된 선일중의 경우 한국어 수준별로 6개 반을 운영하며 주당 12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동포 아이들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려면 기존 교과 수업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현재 교육청 지원 아래 교육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이중 언어 강사'들의 박한 처우도 언어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대한고려인협회 사회적 협동조합 모스트(MOST) 모임에서 만난 강사들은 "시간제 근로자인 이중 언어 강사들은 주 15시간 미만(시급 3만 원 수준) 근무로 불안한 신분인 데다, 강사 역할 및 자격 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강사가 학교 내에서 맡아야 하는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고 토로했다.
정규 교사가 수업을 담당한다고 해도 공립학교 인사 체계상 수시로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하기는 쉽지 않다. 송연숙 모스트 상임이사는 "체계적인 교육 연수도 없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강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내 언어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지자체에서는 '학교 밖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이 2023년 도입한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KLS,경기한국어공유학교)은 '학교 진입 전 한국어 집중교육'을 실시하지만 '단기 위탁형 대안교육기관'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위탁기관과 재적학교 간 교육 과정에 차이가 있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이 발생하면 오롯이 학생이 감당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이중 언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산 고려인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너머의 김영숙 상임이사는 "동포 아이들이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도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이중 언어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선일중학교에는 구소련 출신 고려인 동포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한국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주로 소통한다. 한국어를 충분히 익히기 전에 학교생활을 시작한 탓이다. 올해 고교 진학을 앞둔 임 리디아(17)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살았는데도 한국말이 어렵다. 중학교 입학 이후엔 수업 듣는 것도 벅차다"고 털어놨다.
다른 동포들보다 유독 고려인들이 한국말이 서툰 건 1937년 스탈린 정권의 소수민족 억압 정책으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민족어 교육'이 금지됐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조선족 민족 교육을 통해 한국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중국 동포와 달리, 고려인 동포의 언어적 단절은 세대를 거쳐 이어졌다.
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선 공교육상 이중 언어 교육이 절실하지만, 수년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산·인천·제천·광주 등 전국 각지에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면서 선일중과 같은 이주민 밀집 학교가 증가하고 있어, 체계적인 이중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①제대로 안 되는 학교 수업
고려인들이 한국어에 서툰 가장 큰 이유는 단계별 교육 체계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몰입 교육 부재'가 대표적이다.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선 입국 후 초반 몰입 교육이 중요한데 접근이 용이한 교육시설이 거의 없는 데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맞춤형 교육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선일중 다문화 특별학급 임미은 부장교사는 "입국 후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시기는 3~6개월"이라며 "고려인 동포의 경우 부모가 아이보다 한국어가 서툴러 보호자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언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립교육원이 개발한 '표준 한국어' 교재가 있지만, 내용이 '기초 한국어' 수준이라 교과 수업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교육부는 한국어 학급 운영에 따른 '표준 한국어' 교재를 최대 4학기(2년) 이내에 이수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수준별 수업을 해도 빈틈은 있다. 2024년에 다문화연구학교로 선정된 선일중의 경우 한국어 수준별로 6개 반을 운영하며 주당 12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동포 아이들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려면 기존 교과 수업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②강사 처우도 불안
현재 교육청 지원 아래 교육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이중 언어 강사'들의 박한 처우도 언어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대한고려인협회 사회적 협동조합 모스트(MOST) 모임에서 만난 강사들은 "시간제 근로자인 이중 언어 강사들은 주 15시간 미만(시급 3만 원 수준) 근무로 불안한 신분인 데다, 강사 역할 및 자격 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강사가 학교 내에서 맡아야 하는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고 토로했다.
정규 교사가 수업을 담당한다고 해도 공립학교 인사 체계상 수시로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하기는 쉽지 않다. 송연숙 모스트 상임이사는 "체계적인 교육 연수도 없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강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③학교 밖 대안도 한계
학교 내 언어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지자체에서는 '학교 밖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이 2023년 도입한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KLS,경기한국어공유학교)은 '학교 진입 전 한국어 집중교육'을 실시하지만 '단기 위탁형 대안교육기관'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위탁기관과 재적학교 간 교육 과정에 차이가 있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이 발생하면 오롯이 학생이 감당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이중 언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산 고려인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너머의 김영숙 상임이사는 "동포 아이들이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도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이중 언어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18123?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