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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1000만 초읽기...영월군, 낙화암 훼손 논란

무명의 더쿠 | 09:49 | 조회 수 3382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27일 만에 관객 920만명을 돌파하며 '천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어 촬영지인 영월에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단종의 사적지인 낙화암을 영월군이 인공폭포와 보도교를 설치하겠다며 중장비를 투입하여 훼손하고 있다. (사진=영월 시민단체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27일 만에 관객 수 920만 명을 돌파하며 ‘천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둔 가운데, 영화의 주요 배경지인 강원 영월군이 정작 소중한 역사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영월군이 주민 편의와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500여 년간 보존된 단종 사적지인 낙화암 부지를 인공폭포와 보도교를 설치하겠다고 최근 중장비를 투입하여 암반과 흙을 파헤쳐 훼손한 것이다.


국가 보물 제1536호 ‘월중도’_영월 낙화암도 (사진=영월 사회단체 제공)


이곳 낙화암은 영화 속에서 단종을 끝까지 모시던 시녀 '매화'를 비롯해 궁녀와 종들이 관풍헌에서 승하한 왕을 향한 절개를 지키기 위해 절벽으로 올라가 차가운 동강 물로 몸을 던진 충절의 성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 이들의 넋이 꽃잎처럼 흩날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국가 보물 제1536호 ‘월중도’에 그 위치와 내력이 명확히 기록된 영월의 자부심이다. 이런 충절의 성지를 더욱 지키고 보존해야 할 영월군이 역사적 원형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지적이 극에 달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하려 '역사적 가치' 파헤치는 모순

논란의 중심은 영월군이 추진 중인 ‘봉래산 명소화 사업’이다. 군은 봉래산 모노레일 승차장과 연결되는 보도교를 설치하기 위해 중장비를 투입해서 낙화암의 암반을 2~3m를 파헤쳤다.


교량 지지대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수백 년간 보존되어 온 사적지의 암반을 뚫고 굴착하는 과정에서 충절의 흔적은 무참히 훼손됐다.


현재 지역 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이미 깎여 나간 암반은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월군, 단종 관련 충절의 사적지 낙화암 부지에 인공폭포와 보도교 설치 조감도 (사진=영월군 제공)

영월군, 단종 관련 충절의 사적지 낙화암 부지에 인공폭포와 보도교 설치 조감도 (사진=영월군 제공)


영월군 “낙화암 훼손 아닌 정비…강원도 현상변경허가 거친 적법한 절차”

사적지 훼손 논란이 확산하자 영월군은 "해당 사업은 강원특별자치도의 각종 허가 절차를 거친 적법한 조성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군은 “동강보도교 종점부인 금강공원은 금강정과 민충사 등 두 곳의 도지정 문화유산자료를 보유한 공간으로, 이미 강원특별자치도 지정등록 문화유산 현상변경허가를 정상적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가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면밀히 반영해 낙화암 비석의 위치를 충분히 고려한 보도교 종점 위치를 확정했다”며 일방적인 훼손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기존의 낙화암비 및 낙화암순절비와 더불어, 낙화암 원비의 탁본을 활용한 비석 재현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둔 상태”라며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기존의 역사 문화자원이 주변 환경 및 새로운 관광 인프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형이 중장비로 인해 훼손된 낙화암 전경 (사진=신아일보 백남철 기자)


“원형 파괴하고 비석 재현? 역사의 박제화일 뿐”

영월군이 ‘문화유산 현상변경허가를 받은 적법한 사업’이라며 낙화암 훼손 논란에 선을 긋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역사를 지우고 있다”며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역사적 상징물인 낙화암 암반을 발파하고 파헤쳐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영월군의 해명을 전면 비판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영월군이 내놓은 ‘낙화암 원비 탁본을 활용한 비석 재현 방안’을 두고 “전형적인 역사 기만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단체 관계자는 “낙화암의 가치는 시녀 매화와 궁녀들이 몸을 던졌던 ‘그 바위’라는 원형의 장소성에 있다”며 “중장비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뭉개놓고 그 옆에 탁본으로 만든 가짜 비석을 세우겠다는 것은 죽은 역사를 박제로 만드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단체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이유 역시 ‘가짜’가 아닌 ‘진짜’ 역사가 주는 울림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900만 관객이 영월을 찾는 이유는 콘크리트 다리나 재현된 비석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매화가 목숨을 던진 깎아지른 낙화암의 원형에서 단종의 슬픔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며 “관광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관광객이 보고 싶어 하는 진짜 유산의 목을 치는 모순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영화 속 감동 찾아왔는데… 영월군의 미친 짓”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분노에 가깝다. 영화 속 단종의 애달픈 삶과 그를 따르던 이들의 희생에 공감하며 영월을 방문한 이들은 사적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파괴된 현장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영화를 보고 매화와 시녀들의 절개를 직접 느끼고 싶어 낙화암을 찾았는데, 중장비로 그 현장을 짓밟은 모습을 보니 배신감마저 든다”며 “충절의 고장 영월군이 돈벌이를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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