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화재 유족 "숨진 큰딸 학업 위해 닷새 전 이사 왔는데"

사망자 큰아버지 A(61)씨는 모녀가 입원한 병원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동생 가족이 세를 얻어 5일 전 이사한 것으로 안다"며 "첫째 조카(사망자)가 공부를 곧잘 해서 의대 진학을 지원해 주려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또 "첫째 조카 본인이 119 신고를 했다고 들었다"며 "베란다 쪽으로 피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망자 아버지는 새벽 일찍 출근해 화재 당시 집에는 세 모녀만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둘째 딸은 거센 불길 탓에 큰딸을 구하지 못하고 몸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40대 민수지씨는 "오전 6시쯤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 119에 신고한 후 1층으로 대피했다"며 "윗집 모녀가 잠옷 바람으로 내려와 소방관에게 '아이 하나가 못 나왔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민씨의 10대 딸 이모양도 "얼굴에 재가 많이 묻은 어머니와 딸을 봤다"며 "딸이 소방관에게 '언니가 아직 안 나왔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경보 소리가 잘 안 들려 화재를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씨는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자고 있으면 안 들릴 정도였다"며 "집집마다 상태가 달라 (경보음이) 잘 들리는 집도, 안 들리는 집도 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준공 47년 된 은마아파트는 시설이 노후해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 왔다. 1990년 소방법이 정비돼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은마아파트는 1979년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합동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살피고 있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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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스스로 ‘의대를 가고 싶다’고 할 만큼 공부를 잘 했어요. 학업 때문에 은마아파트로 5일 전에 이사를 왔는데 이런 일이….”
사망한 B 양은 올해 고등학교 입학 예정으로 중학교에서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