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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수술 7만건, 해외서도 소문난 ‘기적의 시골병원’

무명의 더쿠 | 15:52 | 조회 수 6222

https://n.news.naver.com/article/296/0000097878?cds=news_media_pc&type=editn

 

 

[K-베스트 병원] 관절 & 피부 치료 - 여수애양병원태어나면서부터 무릎 기형으로 무릎 꿇고 다녀야 했던 예멘 청년 압둘라흐만. 하루 넘도록 아시아 대륙 반대쪽, 한반도 끝자락 여수까지 사투를 벌이며 와서 병상에 누웠다. 뼈를 자르고 인공관절을 이식하며 다섯 번의 수술 끝에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두 다리로 서서 걷다니. 압둘라흐만은 퇴원 전 병실로 자신을 돌봐준 의료진을 초대해 정성을 다해 만든 케밥을 대접했다.
 

이의상 병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여수애양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감사의 말을 전하러 온 저우카이펑(오른쪽 가운데)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여수애양병원

이의상 병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여수애양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감사의 말을 전하러 온 저우카이펑(오른쪽 가운데)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여수애양병원

지난해 이 병원 2층 로비에선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려 퍼졌다. 중국 음악 교사 저우카이펑의 피아노 연주였다. 척추가 휘어 서지도, 걷지도 못했던 8세 소녀는 2011년 "한국 가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선교사 어머니 소개로 병원에 왔다. 4년 동안 6번의 수술 뒤 목발을 짚고 걸어 나갔고 11년 만에 음악 교사가 돼 돌아와 '보은의 연주'를 펼친 것.

이런 기적들이 펼쳐지고 있는, 여수애양병원(이하 애양병원)의 이의상 원장(65)은 "예멘 청년이 케밥을 건낼 때, 저우카이펑이 연주를 마치고 서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환자에게 감동 받을 수 있는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애양병원은 안 아픈 사람도 구경가는, 절경의 병원이다. 동틀녘, 해질녘에 병원 앞 쪽빛 바다에 펼쳐지는 햇살(윤슬)은 탄성을 자아낸다. 짱뚱어가 겨울잠 자는 갯벌 위로 바다 건너 달섬까지 150m를 잇는 마루다리는 저절로 스마트폰을 꺼내게 만든다. 봄바람 불면 개나리, 벚꽃,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펴 산책하는 환자들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만들고, 2011년 준공된 세련된 디자인의 5층 유리 병동은 주위의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러나 1911년 병원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는 것이 애양병원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완고한 무신론자도 이 병원 이야기를 들으면 "어쩌면 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물러설 정도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든 이야기들을 잇고 있는 이의상 원장은 "우리 병원은 한센병 환자를 치유하면서 시작했고, 부유한 사람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찾아왔다. 가난하고 힘든 환자들을 성심껏 치료하다 보니 이제는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의상 여수애양병원장.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이의상 여수애양병원장.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선교사들이 병원을 만들었고, 손양원 목사가 헌신했고 최근엔 김인권 전 원장이 병원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병원은 목포에서 의료 선교를 하던 의사 윌리 해밀턴 포사이트가 광주의 선교사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조랑말을 타고 광주로 가다가 길가에 쓰러져 있던 여성 한센병 환자를 자신의 말에 태워 광주진료소 벽돌가마로 데려가 치료한 것이 시작이다. 1911년 의사 로버트 윌슨(우월순)이 포사이트를 기리기 위해 설립한 광주나병원이 여수로 옮기면서 지금의 애양병원이 됐다. 초기엔 한센병 환자들이 많았지만 1960년부터 소아마비 후유증 환자를 비롯한 장애인 환자들을 주로 돌봤다. 한센병 환자는 피부 치료와 함께 손발의 굽은 관절 치료가 필수이고, 장애인 환자도 뼈와 관절 수술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들을 치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활과 정형외과 수술 전문 병원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와 지금까지 수술 환자는 무려 12만 6000명. 이 가운데 인공관절 수술만 7만 건이 넘으며, 이는 국내 병원 중 최다이다. 피부과도 연간 5만 명 이상 진료할 만큼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중략)

김인권 명예원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가치 있게 사는 길을 택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전공의 시절 국립소록도병원에 파견 갔다가 복귀한 뒤 공중보건의 때 소록도병원 근무를 자원해 내려왔다. 이때 배를 타고 애양병원에 가서 한센병 환자를 봤는데, 선교 의사 스탠리 토플(도성래)의 권유와 병원 환자들의 애절한 기도를 듣고 애양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1983년 첫 월급은 다른 병원 동료 정형외과 의사의 1/6 수준이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전국에서 몰려오는 환자들을 수술했다.

이 원장도 전임 원장과 비슷한 길을 갔다. 1991년 공중보건의로 애양병원에 발 디뎠다가 복무 뒤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고 30년 넘게 이 병원을 지키고 있는 것.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교수가 꿈이었지만, 애양병원에선 이상적 진료를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명의(名醫)'란 "수술을 많이 한 의사"다. 환자를 위해 고민하면서 수술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애양병원은 선교 의사들 때부터 고난도 수술을 많이 했다. 한센병 환자들은 손가락, 발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다루는 독보적 노하우가 쌓였고 그 기술이 퇴행성 관절염 치료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지문이 닳도록 많은 수술을 해온, 소문난 명의다. 환자들 사이에서 애양병원은 '수술도 잘하면서 결과도 좋고, 진료비도 저렴한' 재활 전문 정형외과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거절당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고령 환자들이 몰려왔다. 이는 이 원장이 평소 생각해 온 '이상적인 진료'를 행하는 병원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그래픽=윤상선 기자

-그래도 연봉과 처우 등 현실적 문제로 의료진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특히 정형외과 의사는 서울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다.

"애양병원은 병상이 174개, 직원은 145명이다. 직원 중 의사가 10명이고, 그중 5명이 정형외과 의사다. 나머지는 피부과 2명,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학과 각 1명씩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김인권 명예원장이나 나처럼 자발적으로 왔다. 또 기독교 병원이다보니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의미와 가치를 쫓는 일을 우선하는 크리스천 의사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애양병원은 환자들을 우선하는 정신이 남다른 것 같다.

"우리 병원의 사명이기도 하다. 병원에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의 재량으로 진료비를 감면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는 병원 경영상 무리가 따를 수 있고, 의료법상으로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병원의 모든 의료진은 꼭 필요한 검사만 실시하고, 대신 수술은 확실하게 하면서 정직하게 진료하려 노력한다. 환자를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병비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간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교 봉사의 일환으로 해외 진료 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의료진이 해외로 직접 나가 의료 봉사를 하기도 하고, 해외 의료진이 우리 병원에 와서 연수를 받기도 한다. 미얀마, 파키스탄, 케냐 등에선 현지 거점 병원과 협력해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해외 환자들이 치료받으러 오기도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환자들에게 무료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애양병원은 '선교'와 '진료', '봉사'를 사명으로 활동 범위를 더욱 확장해, 향후 10년 뒤엔 세계적인 선교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또한 해외 환자 유치 기관 지정 병원으로서, '의료 관광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이 원장은 "현재 의료 관광 관련 에이전트들과 연계해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과 교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곧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수술실의 조용한 지휘자'라고도 불리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다. 여러모로 상징성이 있어 보인다. 애양병원을 안전하게 이끌며 환자를 섬기는 경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1987년부터 마취를 해왔고, 이 병원에서만 환자 10만 명 가량 마취했다. 내게 감히 목숨을 맡겨준 환자분들께 늘 감사할 뿐이다. 그분들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까. 우리 병원이 수술 잘 하는 병원으로 성장하는 데에 마취통증의학과의 역할이 컸다는 것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낀다. 수술 전에는 당연히 마취가 필요하다. 수술 후 엄청난 통증이 뒤따르는데, 이때도 통증 치료가 필요하고 특히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응급 상황에서도 마취 의사가 꼭 필요하다. 제때 조치를 취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 원장은 응급 상황을 대비해 1분 만에 병원으로 뛰어올 수 있는 거리의 집에 살고 있다. 환자들을 위해 24시간 상주하며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내달 초 이 원장은 정형외과 정광민 박사에게 병원장 바통을 넘겨준다. 하지만 명예원장으로서 병원에 계속 남아 환자들을 돌볼 예정이다.

"저는 살면서 결혼을 세 번했습니다. 첫 번째는 1991년 애양병원과, 그로부터 한 달 뒤엔 지금의 아내와, 1994년엔 순천 덕신교회에서 세례를 받으며 교회와 결혼했죠. 그동안 늘 기쁨과 감사만 있었을까요? 물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병원과의 결혼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내 평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답니다."

[사진]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여수애양병원
 

여수애양병원 구관(앞쪽)과 신관 건물. 사진=여수애양병원

여수애양병원 구관(앞쪽)과 신관 건물. 사진=여수애양병원

여수애양병원 곳곳엔 병원 설립에 기여한 의료 선교사들의 동상이 있다. 사진=여수애양병원

여수애양병원 곳곳엔 병원 설립에 기여한 의료 선교사들의 동상이 있다. 사진=여수애양병원

마루다리에서 바라본 여수애양병원. 사진=여수애양병원

마루다리에서 바라본 여수애양병원. 사진=여수애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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