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에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자신들의 반대에도 합병이 성사되자,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등을 문제 삼아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202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천556억원(약 1억78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규정을 근거로 PCA가 관할권이 없는 사건을 판정했다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사건을 돌려받은 고등법원은 PCA 중재 판정에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이날 한국 정부의 주장을 인용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 국민연금공단은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 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원 중재판정 중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판단 부분을 취소했다.
다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FTA 중 소정의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기존의 원 중재판정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됐고, 사건은 중재절차로 다시 환송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원 중재절차의 서면·구술 공방 때부터 국민연금공단이 국제법상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개진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며 "국민연금을 지켜낸 소중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엘리엇의 6분의 1에 불과한 소송비용을 쓰고도 취소소송 인용률 3%의 바늘구멍을 뚫어냈다"며 "이는 2018년부터 8년간 한국의 승소를 위해 한마음으로 헌신한 관계부처의 공직자들과 정부 대리인단, 이들을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도 승소해 약 4천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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