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3,616 20
2026.02.20 09:45
3,616 20

 

 

[이윤정의 판앤펀] 박지훈의 눈이 전하는 진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난 뒤 영월 청령포에 가보고 싶어졌다. 온라인을 보니 벌써 많은 사람이 그 섬의 뱃길에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영화는 이미 400만 명을 극장에 모았다. 영화를 본 사람 대부분이 박지훈의 눈빛을 말한다. 그 눈빛이 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었고 몸을 움직이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종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이야기다. 연출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장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울었다. 나 역시 그랬다. 박지훈이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냥 쿵하고 가슴이 울렸다. 그리고 슬픔 한 가지 감정으로만 영화 내내 끌고 나갈 것이라는, 젊은 배우에 대한 섣부른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그의 세심한 눈꺼풀은 눈동자를 자세히 조절해나가며 죽음을 앞둔 속에서도 사소한 기쁨과 분노와 애틋함이라는 걸 다 표현해냈다. 그 눈빛이 담아낸 감정이 균일한 깊이를 유지하고, 단 한 번도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이게 배우인 거지. 감탄이 나왔다.

유해진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박지훈의 눈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냥 나왔다고. 수십 년 연기의 베테랑이 그 눈빛에서 감정을 끌어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 들렸다. 영화 속 엄홍도(유해진)는 왜 목숨을 걸고 왕을 보살폈을까. 거창한 충절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그 답을 어린 왕의 눈빛에서 찾게 해준다. 왕의 위엄도 아니고 비극의 과장도 아닌, 차마 다 숨겨지지 않는 열일곱의 두려움과 분함. 그 눈빛을 마주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이 추동된다. 그 눈빛이 엄홍도의 다정함을 깨웠고, “그놈들 손에 죽긴 정말 싫다”라고 말하는 어린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 역모로 내몰릴 두려움을 뒤로 하고 그의 시신을 거두게 만든다. 그 다정함이 500년 넘게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를 울린다.

드라마 ‘약한 영웅’의 연시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저 배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돌 출신 배우치고’라는 단서가 붙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 단서를 떼어냈다. 관객들은 눈 속에 보석을 가진 배우라고 했고, 드디어 20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주인공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

 

 

박지훈의 눈이 전달하는 것은 그 생리적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 눈빛이 500여년전 외롭게 죽어간 열일곱 소년과 지금 이 시대의 관객 사이에 전례 없이 단단한 공감의 끈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댓글에 썼다. 부모의 사랑도, 백성의 사랑도 받지 못했던 단종이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누군가는 투박한 연출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을 캐스팅한 것만으로도 좋은 연출의 절반 이상을 해낸 셈이다. 세련된 미장센이 아니라 배우의 눈빛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영화적 진실에 관객들이 투항한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시나리오의 예술이다. 하지만 결국은 배우의 연기로 완성되는 예술이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는 눈빛으로 완성된다. 마음은 언제나 눈에서 먼저 열리고, 그 문을 통해 우리는 기꺼이 타인의 고통과 기쁨으로 걸어 들어간다. 배우는 그런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박지훈이 보여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3999

 

 

 

 

 

목록 스크랩 (0)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임프롬X더쿠🧡] 아마존 1위* 뽀얗고 촉촉한 피부를 위한 🌾라이스 토너🌾 체험단 (50인) 244 02.20 8,74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768,70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688,1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751,37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990,29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4,82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6,91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7,2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9 20.05.17 8,623,8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11,54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80,9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8215 기사/뉴스 [속보] 트럼프 “모든 나라에 대한 10% 관세에 방금 서명” <로이터> 1 08:59 216
2998214 유머 장항준 감독의 고등학교 동창의 폭로글 08:58 212
2998213 기사/뉴스 [그래픽] 2026 밀라노·코르티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김길리 08:57 215
2998212 기사/뉴스 [그래픽] 2026 밀라노·코르티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은메달-최민정 1 08:56 296
2998211 유머 에타에 올라온 아침고백 후기 5 08:54 1,001
2998210 이슈 일본화가의 호랑이그림과 고양이 5 08:53 374
2998209 기사/뉴스 이재명, 윤석열 1심 선고 미국측 반응 관련 일침 37 08:49 1,817
2998208 유머 블라인드의 순장조 7 08:48 1,242
2998207 정보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한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16 08:47 1,458
2998206 이슈 대전 형사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할 수 있었던 이유(feat.성심당) 16 08:46 997
2998205 유머 말티즈 vs 시츄 자아 싸움 3 08:43 593
2998204 기사/뉴스 ‘운명전쟁49’ PD “승부가 위로로…제작진도 놀랐다” [OOTD③] 2 08:38 668
2998203 유머 어차피 죽을 땐 혼자 죽더라 5 08:37 1,657
2998202 유머 이혼하러 법원에 온 부부를 판사가 집으로 돌려보낸 이유 11 08:31 4,442
2998201 유머 아니 근데 진지하게 노래 이렇게 뽑아놓고 일회성곡이라 음원조차 없는 거 너무 슬픈데 1 08:28 2,585
2998200 기사/뉴스 올림픽 남자아이스하키 결승 캐나다 vs 미국.gisa 9 08:26 1,809
2998199 이슈 구전의 중요성 2 08:21 1,031
2998198 기사/뉴스 최민정의 ‘올림픽 신화’는 여기까지…“마지막입니다” [2026 밀라노] 53 08:06 6,067
2998197 정보 카카오뱅크 AI 이모지 퀴즈 (2/21) 6 08:04 664
2998196 이슈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올림픽 언급하는 최민정 선수 36 07:59 5,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