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가 전 재산인 ‘하우스 푸어’ 노인들, 주택연금으로 대거 이동
3월부터 월 수령액 늘고 초기 비용 뚝…“손주 용돈 줄 여유 생긴다”
“집은 물려주는 것” 인식 균열…자녀보다 ‘내 인생’ 택하는 실버 세대
“집값 오르면 뭐 합니까. 당장 관리비 낼 돈이 없어서 보일러도 못 트는데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30년 된 구축 아파트. 시세 15억원을 호가한다는 이 집 거실은 냉골이었습니다. 집주인 최모(76) 씨는 낡은 패딩 조끼를 껴입은 채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은퇴 후 수입은 국민연금 60만원이 전부. ‘강남 3구 집주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그의 점심상은 김치와 라면뿐이었습니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는 죽기보다 싫고, 그렇다고 정든 집을 팔고 낯선 동네로 가기도 싫은 딜레마. 최 씨 같은 ‘부동산 부자 빈곤 노인’들에게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주택연금입니다. 특히 오는 3월, 문턱을 확 낮춘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노년층의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20년이면 1,000만 원이 더 들어옵니다.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내 집이 효자네”…3월의 변화, 무엇이 달라지나
금융당국이 3월 1일 신규 신청자부터 적용하는 개편안의 핵심은 ‘더 주고, 덜 받는’ 것이다. 매달 받는 연금액은 평균 3.13% 올리고, 가입할 때 내는 초기보증료(가입비)는 깎아준다.
예를 들어보자. 72세 어르신이 4억원짜리 집을 맡기면, 지금까지는 가입비로 600만원을 내고 월 129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3월부터는 가입비가 400만원으로 줄고,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은 133만8000원이 된다. 1년이면 약 50만원, 20년이면 1000만원 차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언제 가입하는 게 유리하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당장 급하지 않다면 3월 이후로 신청을 미루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려줄 생각 마라” 달라진 상속 풍속도…부동산 공화국의 ‘슬픈 자화상’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실거주 요건’ 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는 6월부터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겨 집에 살지 않아도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집이 족쇄’가 되는 상황을 막아준 것이다.
최근 만난 6070 세대의 인식 변화는 놀라웠다. 과거엔 “어떻게든 집 한 채는 자식에게 남겨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지만, 이제는 “내 돈 내가 다 쓰고 가겠다”는 ‘다쓰죽(다 쓰고 죽겠다)’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복지관에서 만난 박모(70) 씨는 “애들도 집 사는 거 포기했는지 ‘엄마 편하게 쓰시라’고 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자식한테 기대서 눈치 보느니, 내 집 파먹으며 당당하게 사는 게 서로에게 평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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