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곰표' 브랜드 밀가루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에 대해 탈세 및 사익 편취 혐의를 포착하고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검찰이 제분업체들의 가격 담합 혐의를 기소한 데 이어 국세청이 곧바로 세무 검증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성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한다고 9일 밝혔다. 가격담합 등 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6개), 농축산물 유통업체와 생필품 제조업체(5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3개) 등 모두 14개 업체로 전체 탈루혐의 금액만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한제분은 이달 초 검찰에 의해 6조원 규모 밀가루 담합혐의로 기소된 업체 중 하나다. 검찰은 제분사 담합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포착한 탈루 혐의 액수도 약 1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오를 땐 같이 오르더니…원재료값 떨어질 때 제품가격은 인상
국세청은 대한제분이 사다리 타기를 통한 가격인상 순서 지정과 함께 지역·고객 나누기 등을 통해 수년 동안 가격과 출하량을 담합하고, 담합기간 동안 제품 가격을 44.5% 인상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대한제분 사업보고서의 원재료비-제품가 추이를 살펴봐도 몇 가지 의문점이 나타났다.
대한제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맥 가격은 지난 2020년 톤당 약 32만6000원, 2021년 34만7000원 수준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2022년 52만9000원 수준까지 치솟은 뒤 2023년 50만6000원, 2024년 43만4000원으로 안정화됐다.
원맥으로 제조한 소맥분 등 주요제품 가격은 2020년 톤당 52만8000원에서 원재료가가 급등했던 2022년 77만7000원으로 뛰고 2023년에도 80만6000원으로 더 올랐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원맥 가격이 4.3% 인하된 것과 달리 제품 가격은 3.8% 상승했다.

2020년~2024년 사이 원재료와 제품가격 상승폭만 비교해도 원맥값은 33.0% 올랐으나 제품가격은 42.8% 뛰었다.
또, 작년 3분기에는 원맥값이 약 42만7000원으로 전년도 말보다 1.7% 하락했으나 제품가격은 약 76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1.2% 상승했다.

◆ 제품가 상승에 매출·이익도 증가
대한제분은 원재료값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2022년 별도기준 매출 4628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당시 매출원가율이 85.4%로 전년도보다 2.3%p 뛰며 원가부담이 커졌으나 매출이 같은 기간 32.7% 늘어난 영향에 영업이익이 29.5% 증가했다. 이 해 제품 가격 대비 원재료값은 68.1% 수준이었다.
그러나 원재료값은 떨어진 반면 제품 가격이 뛴 2023년에는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이 5.9%에 그쳤으나 매출원가율이 82.4%로 3.0%p 하락해 영업이익은 380억원으로 76.7% 증가했다. 제품 가격 대비 원재료값은 62.8% 수준으로 전년도보다 낮아졌다.
2024년의 경우 매출이 전년대비 4.6% 감소했지만 매출원가율이 3.6%p 떨어진 78.8% 수준에 그치며 영업이익이 475억원으로 25.0% 늘었다. 이 해 원맥 가격은 전년도보다 14.2% 떨어져 제품 가격이 6.5% 가량 하락했음에도 가격대비 원재료는 57.6%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에 2022~2024년 3년간 영업이익률도 4.6%→7.7%→10.1%로 급격한 개선세를 내비쳤다.

◆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속 독특한 지배구조
국세청은 대한제분이 계열사로부터 가공식품을 고가 매입해 담합이익을 분여하고 또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미수취하는 등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주 일가에 대한 인건비 과다 지급 혐의도 국세청이 눈여겨 보는 대목이다.
대한제분의 경우 특수관계인 중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특한 기업이 눈에 띈다. 대한제분 지분 27.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비상장 특수관계인인 디앤비컴퍼니다. 디앤비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의 누나인 이혜영 하림장학재단 이사장으로 2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22년 이종각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전까지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로 알려졌으며 2024년 말 이혜영 이사장 외 특수관계인이 84.0%를 보유했다.

파스타와 와인냉장고 수입판매업, 밀가루 조제품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디앤비컴퍼니는 2020년부터 5년간 별도기준 매출액이 70억~98억원 수준으로 매년 100억원을 밑돌며 대한제분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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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은 2020년 회사에서 약 9억원의 급여를 받았으나 2024년에는 약 11억6000만원으로 이 기간 28.6% 가량 보수가 늘었으며 5년간 53억원을 받아갔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사주일가 장례비, 사주 소유 스포츠카 수리비 등을 회사경비로 대신 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삿돈의 이 같은 유용은 횡령·배임 혐의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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