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네팔 유학생 ㄱ(23)씨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 한 기저귀·물티슈 등 생활용품 제조 공장에서 난 불로 실종된 친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가 기다리는 친구는 지난해 유학 비자(전문학사 D-2-1)로 입국해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는 동갑내기 ㅅ(23)씨다. ㅅ씨는 한 외주 업체 소속으로 이 공장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다 실종됐다.
마지막까지 ㅅ씨와 함께 생활했던 ㄱ씨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흘 정도 함께 생활했다.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같은 유학생이고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냈다. 학비 등을 벌려면 힘들지만 ‘알바’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불은 지난 30일 오후 2시55분께 나 21시간여 만인 지난 31일 공장 3개동(2만4천㎡)을 태우고 진화됐다. 당시 공장엔 노동자·직원 83명이 일하고 있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81명은 대피했지만 네팔 유학생 ㅅ씨와 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 ㅂ(60)씨만 대피하지 못했다.
둘은 이 공장에서 폐기물 처리 관련 일을 했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서 둘 다 공장에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 당국은 도시 탐색 장비 등을 동원해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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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씨는 학비 등을 벌려고 부산에서 음성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대학 유학생(전문학사 비자)으로 입국해 부산 금정구에 적을 둔 ㅅ씨는 오는 3월31일이 체류 만료일이다. ㅅ씨는 이 업체에서 일한 지 3~4일 정도다. ㄱ씨는 “함께 지낸 게 2~3일 정도 밖에 안 돼 잘 모르지만 ㅅ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듯했다. 알바, 공부, 한국 생활 등에 관해 얘기했는데 많이 나누진 못했다. 나도 밤 11시까지 일 하고, ㅅ씨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므로 서로 많이 바빴다. 가방·옷 등 짐이 남아 있다. 친구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은 유전자 대조 등을 위해 칫솔 등 일부 소지품을 가져갔다.
충북 청주에서 네팔 유학생 등의 취업·알바 등을 알선하고, 숙식 등을 제공하는 단체 ‘네팔 쉼터’ 마노(36)씨도 ㅅ씨가 학비 때문에 알바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ㅅ씨가 실종된 사실을 고향의 부모에겐 아직 말하지 못했다.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새 학기가 되면 학비를 내야 하므로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ㅅ씨 등 유학생 대부분 이 시기엔 엄청 많은 일을 한다. 돈을 벌려고 전국을 떠도는 친구가 여럿이다. ㅅ씨도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ㅅ씨의 부모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2시간 남짓 가야 하는 시골 도라카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커뮤니티 등도 실종된 ㅂ씨를 애타게 기다린다.
ㅂ씨는 6년 전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왔고, 이 공장에선 1년 1개월 정도 일했다. 아내 ㄴ(50)씨와 최근 한국에 온 큰 딸(24), 고교 진학을 앞둔 작은 딸(16) 등과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생활하고 있다. ㄴ씨는 지인을 통해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다. 저와 딸 모두에게 너무 좋은 남편, 아빠였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은 사흘 동안 눈물로 보냈다”고 전했다. ㄴ씨 역시 ㅂ씨의 고향 카자흐스탄 고스타나이에 있는 시어머니(96) 등 가족에게 실종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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