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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세관, 고액·상습체납자 입국 맞춰 휴대품 압류 시도
가족 명의 물품·최저생계비 규정에 번번이 제동
계좌정보 접근권 없어.. 휴대품 검사율 10% 그쳐
"인력·권한 보완 없으면 실효성 높이기 어려워"

◆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세관 직원들이 고액·상습체납자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세관 협조).
"몇 억씩 세금을 안 내고도 해외여행을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현실이 정말 답답하죠."
지난 21일 인천공항세관에서 진행된 국세 고액·상습체납자 강제징수 현장. 체납자와 마주한 세관 직원의 말에는 분노보다 허탈함이 묻어났다. 수년째 수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이들이 해외여행을 버젓이 다녀오고 있었지만, 실제 체납 징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현행 제도상 체납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 2억 원 이상, 지방세 1000만 원 이상 체납자는 '고액·상습체납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명단 공개 대상일 뿐 아니라 해외직구 물품이나 여행자 휴대품에 대해 체납처분을 할 수 있도록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세관장에게 징수를 위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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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류할 물건 없다".. 공항서 번번이 '빈손'

◆ 인천공항세관 체납징수 직원이 고액체납자가 입국하자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 모습(세관 협조).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제도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고액 체납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압류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사전에 정리했고, 세관 직원들은 징수 과정에서 연신 부담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중국에서 귀국한 50년대생 남성은 국세 체납액이 3억 원대에 달하는 고액체납자였다. 체납은 2017년부터 이어져 왔다. 그는 동행자와 함께 입국했지만, 수하물 검사에서 압류할 만한 물품이 발견되지 않아 징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체납자는 직원 앞에서 자신이 나름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라며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압류할 물품이 없던 이 남성은 유유히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오후 4시께 일본 삿포로에서 귀국한 1960년대생 여성 역시 국세 체납액이 9억5300만 원에 달하는 고액·상습체납자였다. 2014년부터 체납이 이어진 상태였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녀왔고, 수하물 검사 과정에서 약 200만 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이 발견됐다.
그러나 해당 물품은 남편이 구매했다는 이유로 압류되지 않았다. 또 개인 지갑에서 현금 50만 원가량이 발견됐지만, 최저생계비(약 250만 원)를 이유로 징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액체납자 부부가 한겨울 삿포로로 동반 여행을 다녀온 모습은 현장 직원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 고액체납자 검사장면 촬영이 제한돼, 직접 체납자인척 여행자휴대품 검사를 받아봤다(인천공항세관 제공).
◆ 가족 명의·최저생계비·출국금지 예외까지.. 제도 허점 노출
현장의 모습은 체납자의 '당당함'과 직원들의 '허탈감'이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고액·상습 체납자들은 제도의 허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고, 세관 직원들은 민원 부담과 실익 부족을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통계 역시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국세 고액·상습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자 휴대품 검사율은 약 10% 수준이다.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체납자 10명 중 1명만 검사대에 오르는 셈이다. 지방세 고액체납자에 대한 검사율은 한 자릿수로 더 낮다.

◆ 국세 악성·고액체납자 휴대품강제징수현황.
낮은 휴대품 검사율에 더해 공항 현장 징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최근 3년간 휴대품 검사 인원 대비 1명당 평균 징수액은 많게는 수만 원, 적게는 몇 천 원 수준에 그쳐 실제 체납액 회수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직원들은 국세청과 지자체가 고액·상습체납자 징수를 세관에 위탁하면서도 관련 직원 파견이 없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세관은 입국하는 체납자의 계좌 정보를 직접 확인할 권한이 없기 때문. 최저생계비 적용 여부 역시 정확한 자산·계좌 정보 없이 체납자의 주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현장 징수율이 낮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 지난 21일 오전, 입국하는 고액·상습체납자 비행기 입국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인천공항세관 제공).
이들은 국세청과의 공조 강화를 해법으로 꼽는다. 한 세관 직원은 "국세청 체납 담당자가 함께 현장에 나와 체납자에 대한 실시간 재산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징수율은 지금보다 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세체납관리단과 같이 '민간 채용'을 활용하는 방안은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항 입국장 안으로 들어오는 신원 확인 및 소지품 검사 절차가 복잡해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활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체납자와 동행한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의 휴대품에 대해서도 체납처분이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체납계 직원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 등 동행자가 고가 물품을 가져오면 압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항'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세징수법 제113조(출국금지)에 따르면 5000만 원 이상 국세 체납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명단공개 대상 등)에 해당되면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날 본 체납자들은 명단공개 대상자였음에도 출국금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국금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업상 해외 방문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보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출국금지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금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 인력도 권한도 부족.. 세관에 떠넘겨진 고액체납 징수
인력 부족과 낮은 인센티브, 악성 민원은 현장의 징수 의지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인천공항세관 체납계는 팀장을 제외한 6명이 2명씩 3개 조로 교대 근무하며 위탁 체납자 대응까지 맡고 있다. 주 업무가 300만 원 미만 소액 관세 체납 관리인 탓에 고액 체납 건과 연계된 인센티브와도 거리가 멀다.
모 체납계 직원은 "고액체납자들은 민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현금 등이 발견되면 주로 자진납부를 유도하는 편"이라며 "다량의 현금이 아니라면 체납이 범죄는 아닌 상황에서 강제징수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관세청도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오현진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소수 인원으로 관세는 물론 국세·지방세 체납 징수까지 담당하다 보니 직원들의 부담이 크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인력 충원이나 파견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센티브 마련과 민원 부담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직원들이 위탁받은 체납 징수 업무를 보다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입국장에 놓여있는 관세 무인수납기. 국세·지방세 체납은 실시간 계좌이체로 징수하고 있다(세관 협조).
출국 금지 해도 사업상 해외 방문이 필요하면 보류될 수 있대
그런게 어디있어. 걍 출국금지해라..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항'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세징수법 제113조(출국금지)에 따르면 5000만 원 이상 국세 체납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명단공개 대상 등)에 해당되면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날 본 체납자들은 명단공개 대상자였음에도 출국금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국금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업상 해외 방문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보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출국금지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금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