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내부 갈등 당사자로 지목되는 일 반복
“지지층 사이에서 의구심 품는 사람들 꽤 늘어나고 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갑작스럽게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진 가운데 일각에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이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김어준씨가 민주당 집권 이후 내부 갈등에 당사자로 지목되는 일이 반복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며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발표 전날(21일) 정 대표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최고위원들은 합당 제안 발표 20분 전에야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에서) 깊게 토론한 뒤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모였을 때 상대방한테 제안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 지금도 좀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어준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옹호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욕을 먹을지도 모르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 대표가 당대표로서 했어야만 하는 일을 했다고 본다"며 "이 시점에서 이 사안은 정 대표가 하는 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친정청래'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김씨가 사실상 정청래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어심'(김어준 마음) 대 '명심'(이재명 마음)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급작스러운 합당 제안을 발표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김어준씨가 이를 적극 옹호하자 합당 제안을 김씨가 기획·지원했다는 의혹이 여권 내부에서 확산됐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당내에 누구와도 (합당 제안을) 상의한 흔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이 설계자가 김어준 아니냐 이런 얘기가 공공연히 민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정말 '당권 정청래-대권 조국-파워브로커 김어준' 시나리오인가"라며 "누구도 거론 않던 합당을 얼마전 '겸공'에서 공장장이 질문하여 놀란 적이 있고, 혹시 예전 김한길-안철수처럼 갑자기 합당한다 발표하지는 않나 불안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인가"라고 썼다.
김어준씨는 국무총리실의 요청에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후보군에 김민석 총리를 빼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꽃 ARS 서울시장 여론조사(1월19일~1월21일)를 보면, 김 총리가 객관식 응답의 첫 순서로 등장한다. 김어준씨를 비판하는 쪽에선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김 총리를 김어준씨가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유도한다고 의심한다.
관련해 김어준씨는 지난 26일 방송에서 "여론조사에 김 총리 이름을 넣으면 당 대표 출마가 막아지나"라며 "너무 유치해서 무시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를 후보에서 빼는 것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자유고 넣는 것도 이쪽이 결정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어준씨가 민주당-혁신당 합당과 서울시장 선거 및 당권 경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는다고 김민석 총리의 출마를 김씨가 강제할 수는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한다기보다 총리실의 요구에도 머리를 수그리지 않을 수 있는 영향력을 보인 것에 가깝다"며 "(합당 기획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합당에) 대통령의 의지가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이면서 사실상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김어준씨가 다른 유튜브 채널보다 정치적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일이 많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27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총리 본인이 (후보에서) 빼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우리는 넣겠다'고 하는 건, 선거 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실제 지지율을 확인해 보기 위한 게 아니란 걸 (김어준씨가) 밝힌 거 아닌가"라며 "여론조사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심는다는 것 자체가 지금 민주 정치 내에서 꽤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큰 틀에서 김어준씨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할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고관여층 사이에선 확실히 분화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김씨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뛰고 있다는 인식이 변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선을 잘 타는 상황이라 보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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