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국 각지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운영해 온 ‘전세 통근 버스’를 전면 중단토록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을 이전해 놓고 서울로 가는 전세버스를 대주고 있다. 이러면 이전 효과가 없다”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통근 버스를 없애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맞벌이·자녀 교육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게 된 경우도 많은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출퇴근 수단을 없애버리는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전세 통근 버스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3개월 이내에 전세 버스 운영을 정리하고, 계약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에도 6개월 안에는 모두 종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비(非)수도권~비수도권 노선은 유지되고, 비수도권~수도권 노선만 금지 대상이다.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지방 이전 공공기관 149곳 중 47곳이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 수까지 집계하진 않았지만,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각 공공기관들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민간 버스업체와 계약을 맺고 전세 통근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금요일 퇴근 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가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복귀하는 ‘주말 노선’이 대부분이다.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주말 수도권으로 가는 버스 8대를 운영 중이다. 비교적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운 충북 진천·음성이나 강원 원주에 있는 공공기관에선 평일에도 매일 운영하기도 한다. 가령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평일·주말을 통틀어 수도권 통근버스 7대를 운영 중이다.
정부가 통근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들을 옮겨놓은 혁신도시 정주율(계획된 인원이 정착해 거주하는 비율)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해 전국 10개 권역에 조성된 혁신도시 사업은 2007년 시작돼 2014년부터 본격 입주가 이뤄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까지 함께 이주해 거주하는 비율이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경북 김천 혁신도시는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2025년 기준).
그렇다고 통근버스 운행 금지가 해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혁신도시는 인구 밀도가 낮은 쾌적한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만~5만명 규모로 계획됐다. 문제는 작은 규모 탓에 생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학생 자녀를 둔 공공기관 직원들은 가족을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그대로 두고 자신만 혁신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통근버스 전면 중단’ 추진 소식에,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선 “인프라 개선 대책은 없고 출퇴근 수단부터 없애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매일 진천·음성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는 공공기관 직원 A씨는 “혁신도시는 주거비도 비싸 오피스텔을 구하면 한 달에 생활비가 100만원 이상이 더 든다”며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 직원 B씨는 “한국전력이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같이 전국 순환 근무를 하는 곳은 계속 이사를 다닐 수도 없는데, 기관별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통근버스를 모두 없애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결국 직원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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