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댈 수 없는 '완패' "아직 완성 아냐" 감독의 안일함
'슈퍼스타' 가림막 사라진 K-축구의 민낯
AG도 메달권 불투명... 올림픽 진출은 언감생심
도드라진 전술 부재... 정말 이대로 괜찮나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공포의 밑바닥에는 섬뜩한 질문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지금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돌연변이' 천재들이 은퇴한다면, 한국 축구는 과연 베트남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
24일 제다에서 목격한 참사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하고 있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10명이 싸운 베트남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슈팅 32개를 때리고도 졌다. 이것은 불운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대추락'이 시작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우리는 늘 핑계를 댄다. "유럽파가 차출되지 않아서",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해서". 하지만 오늘 상대한 베트남을 보자. 그들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있나? K리그보다 좋은 훈련 환경이 있나? 심지어 그들은 한국인 감독(김상식)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이겼고, 한국은 졌다. 그들은 10명이서도 투지로 버텼고, 한국은 11명으로도 우왕좌왕했다. 인프라, 연봉, 시스템 모든 면에서 앞선 한국이 베트남에 졌다는 건, 그동안 우리가 누려온 '아시아 맹주'의 지위가 실력이 아닌 '거품'이었음을 증명한다.
더 절망적인 건 패배 직후다. 이민성 감독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틀렸다. 여기는 유치원이 아니다. 성적을 내야 하는 아시안컵, 그것도 3·4위전이었다. 베트남조차 압도하지 못하는 전술과 준비 부족을 '과정'으로 포장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10명이 내려앉은 상대를 뚫을 해법 하나 준비하지 못한 채 "크로스 61개"만 날리는 '무뇌 축구'. 이것이 한국 U-23 대표팀의 현주소다. 감독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를 선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병들어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한국 축구는 '역대급 황금세대'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있다. 손흥민이 EPL 득점왕을 하고, 이강인이 PSG에서 뛰는 모습에 취해, 정작 한국 축구의 '뿌리'가 썩어가는 것을 외면했다.
이번 대회는 그 '뿌리'인 K리그 영건들과 유스 시스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럽파 없이 붙어보니 일본 2군(U-21)에 농락당하고, 중국과 베트남보다 못했다.
만약 몇 년 뒤, 손흥민이 은퇴하고 해외파 스타들이 사라진다면? 그때 남는 것은 오늘 베트남전에서 보여준 저 무기력한 선수들뿐이다. 그때도 우리가 아시아 호랑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천만에. 우리는 '동네북'으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커녕, 2년 뒤 LA 올림픽 본선 진출(티켓 2장)은 어림도 없다. 해외파 몇 명이 합류한다고 해서 모든 뿌리가 되살아나진 않는다.
베트남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동남아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망유희'의 서막이다. "설마 우리가 베트남한테 밀리겠어?"라는 오만이 오늘 우리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당장 뼈를 깎는 쇄신이 없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월드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태국을 두려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U-23은 성인축구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아무리 해외파가 빠졌다고 해도 이정도 경기력이라면 미래가 없다.
제다의 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암흑 그 자체였다.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014/0005467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