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모든 불행도 영원하지 않고, 모든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4일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이해인이 남긴 말이다. 단순한 우승 소감이라기엔 뼈가 있다. 그가 지난 1년간 겪은 '지옥'과 '기적' 같은 생환 과정을 아는 이들에게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이해인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격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였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징계를 털어내고 보란 듯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을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전지훈련지였다.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해인이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 이성 후배 A선수를 성추행했다며 '자격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피겨 선수에게 3년의 공백은 은퇴나 다름없다. 더구나 '미성년자 후배 성추행'이라는 징계 사유는 그에게 회복 불가능한 도덕적 치명타를 입혔다.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고, 이해인의 선수 생명은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해인 측은 징계의 원인이 된 행위가 일방적인 가해가 아닌, 연인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강제적인 추행이 아닌 연인 사이의 스킨십이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해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관계,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를 일방적인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해인 측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검토한 끝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중대한 비위 행위'라는 연맹의 초기 판단과 달리, 참작할 만한 사유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결정 이후 연맹의 징계 수위는 3년에서 4개월로 급격히 낮아졌다.
'치명적인 범죄' 혐의가 벗겨지고, '규정 위반' 수준으로 재해석된 셈이다. 이 극적인 감경 덕분에 이해인은 올림픽 선발전 마감 직전,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이날 이해인은 경기 후 빙판 위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억울함과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향한 싸늘했던 시선을 실력으로 돌려세웠다는 복합적인 감정이 섞인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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