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23 아시안컵 3·4위전 패배
베트남에 사상 처음으로 승리 내줘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10명이 뛴 베트남에 졌다. 베트남은 김상식 감독 지휘 아래 2018년 이후 아시안컵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U-23 대표팀은 24일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3·4위전(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베트남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다. 정규 시간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대7로 졌다.
‘제다 참사’라 부를 만한 경기였다. 이민성호는 전반 30분 베트남 응우옌 꾸옥 비엣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수비수 숫자가 충분했지만 공만 쳐다보다가 침투하는 베트남 선수를 놓쳤고 노마크 슈팅을 지켜봐야 했다. 베트남은 사흘 전 중국에 0대3으로 패한 팀이다.
한국은 후반 24분 김태원이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넣었으나, 2분 만에 다시 실점했다. 베트남 주장 응우옌 딘 박이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벽 옆을 통과하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막판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41분 베트남의 두 번째 골을 넣은 응우옌 딘 박이 이찬욱의 정강이를 가격하는 태클로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를 잡은 한국은 추가 시간 7분 수비수 신민하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어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길게 이어진 프리킥을 가슴 트래핑한 후 왼발로 슈팅해 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한국은 10명을 상대로 30분 동안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고, 승부차기로 끌려갔다.
양 팀 모두 6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한 상황에서, 한국 배현서의 슛이 베트남 골키퍼에게 막힌 반면 베트남 7번 키커 응우옌 탕 얀은 한국 황재윤 골키퍼를 속이고 골을 넣어 경기가 끝났다.
베트남이 3위, 한국은 4위였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팀을 맡았던 2018년 대회 준우승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며 “우린 아직 완성 단계의 팀이 아니다.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김상식 감독은 “10명뿐이었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이 이 연령대 경기에서 베트남에 승리를 내준 건 10경기 만에 처음이다. 승부차기까지 치러졌기 때문에 공식 기록만 ‘무승부’로 남을 뿐 역대 최악의 결과를 떠안고 귀국하게 됐다.
예고된 참사란 지적이 나온다. 이민성 감독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아시아 팀들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간신히 1대0 승리를 거뒀고, 10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0대2, 0대4로 2연패를 당했다. 11월엔 중국에도 0대2로 졌다.
이번 AFC U-23 대회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이민성호는 조별 리그 2차전 레바논, 3차전 우즈베키스탄, 4강 일본, 3·4위전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줬다.
16개 팀 중 4위를 하긴 했지만 승리는 두 번뿐(2승 2무 2패)이었다. 한국이 한 골도 못 넣고 진 상대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대표팀은 한국보다 두 살 어린 U-21 연령대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올해 9월 개막하는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2028 LA 올림픽은 본선은커녕 아시아 예선 통과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처참한 경기력에 일각에선 ‘감독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5월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민성 감독을 선임하면서 “이 감독은 게임 모델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고 구체적인 팀 운영을 통해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면서 “이 감독이 코치로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에 일조한 점, K리그 2부에서 1부로 대전 하나시티즌을 승격시킨 성과와 경험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감독이 K리그 1부에서 대전 구단을 이끌다가 12개팀 중 꼴찌에 머물러 자진 사퇴한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 감독이 U-23 팀을 맡은 지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현재까지 드러난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슷한 사례가 8년 전에도 있었다. 2018년 김봉길 감독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연초에 열렸던 U-23 아시안컵에서 4위에 머물러 경질됐다. 조별 리그에서 2승 1무를 거두고 8강전에서 승리했으나 4강전과 3·4위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에 각각 패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의 경기력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계약 해지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후 김학범 감독이 급히 지휘봉을 잡았고 손흥민·김민재 등과 함께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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