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는 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사전 검증에 최선을 다했다.” “법적 한도 안에서 확인했다.” “일반인 출연자라 한계가 있었다.”
수일째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스타 셰프 임성근의 과거 범죄 이력 논란과 관련해 넷플릭스가 해명이라며 내놓은 이 문장들은, 그간 이 플랫폼의 ‘검증’이 형식적 면피용 발언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지난 21일 공식 입장을 통해 “임성근 셰프의 ‘흑백요리사2’ 출연 관련, 음주운전 이력을 사전에 인지했고, 1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 셰프 또한 “사전 설문에서 숨긴 적 없이 밝혔다”고 말했다. 즉 정보는 있었고, 검증도 있었고, 판단도 있었다. 그럼에도 출연은 강행됐다.
그런데 사후에 나온 말은 “매우 유감”이었다. 검증했고, 확인했고, 출연을 결정해놓고 도대체 무엇이 유감인가.
이번 사안을 검증 실패로 보는 건 정확하지 않다. 이건 검증 이후의 판단 문제다. “1건만 확인했다”는 표현은 사안을 축소하려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 소지를 인지한 상태에서 출연을 허용했다는 고백에 가깝다.
정작 그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넷플릭스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법적 한도”, “일반인 출연자”, “한계”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는 설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우는 비겁한 언어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라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문장은 위험하다. 일반인은 연예인보다 보호 장치가 약하고, 위기 대응 경험도 없으며, 방송 한 번으로 삶의 궤도가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일반인 출연자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그런데 넷플릭스의 논리는 정반대다. 일반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결국 일반인은 검증 기준이 낮아도 된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글로벌 플랫폼을 자처하는 넷플릭스가 가장 손쉽게 선택한 논리다.
더욱이 이 모든 판단이 넷플릭스의 대표 인기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2’라는 간판 아래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응원을 전제한 기획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셈이다.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콘셉트로 공정성과 실력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검증만큼은 가장 느슨하게 작동했다는 아이러니다. 요리에는 흑과 백을 가르겠다면서, 사람의 과거와 책임 앞에서는 끝내 회색을 선택했다.임성근 셰프 사태는 단독 사건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그간 예능과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논란 있는 인물들의 복귀 무대 혹은 여론 무시 전략의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범죄 이력이 공공연히 알려진 배우의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이미 촬영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개를 강행하는 방식, 국내 여론은 외면한 채 “글로벌 공개”라는 방패 뒤로 숨는 태도는 반복돼 왔다. 패턴은 늘 같았다. 욕을 먹어도 상관없고, 이미 찍은 건 전 세계에 푼다. 이번 임성근 건은 그 태도가 일반인 예능으로까지 확장됐음을 증명한 사례다.
이번 공식 입장이 특히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법적 문제는 없다”는 말 뒤에 숨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알고 있었고, 검증했고, 확인했고, 출연시켰다는 모든 과정을 인정해놓고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공식 문장으로 남겼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윤리를 묻는 지점이다.
임 셰프는 자신의 과거를 인정했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으며, 요리사로서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개인은 물러났다. 그러나 플랫폼은 남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최선은 기준이 아니다. 책임은 판단의 결과에 따라 지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언제까지 ‘검증은 했지만 책임은 없다’는 가장 민망한 핑계로 불명예의 왕좌를 고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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