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간이 무척 나쁜데, 집안 내력이다.
우리 아버지, 오빠도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려서부터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도 마음껏 마시지 못했다. 입맛에 끌리는 대로 마셨다가는 사흘이고 나흘이고 아팠다.
어릴 때는 간이 약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줄 몰랐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단순히 체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20여 년 전 큰 병을 얻었다. 그때 졸업논문 준비 때문에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었다. 식사 때를 놓치면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게다가 은사스님이 새로 지은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 일까지 돕느라 무리해서 건강을 해쳤다.
10분을 걸으면 서너 차례나 쉬어야 할 만큼 허약해졌다.
향 냄새를 맡을 수 없어 법당 안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강의를 하다가도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정말 죽을 것처럼 아팠다.
장기 중에서 가장 미련(?)한 것이 간이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빠지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경화였다.
담당의사는 1년을 장담하기가 힘들겠다고 한다.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상태를 지켜보는 것뿐이라고 하였다.
(중략)
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고 했던가.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나는 내 졸업논문을 펴놓고 연구하였다.*
식단을 바꾸고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마침내 간이 까맣게 망가진 상태에서 일 년 만에 1,000명 중 한 명도 못 만든다는 항체를 만들었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하였다.
물론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한다. 사진을 찍으면 여전히 간이 까맣다. 사찰음식으로 17년 동안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후략)
출처:

선재스님,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불광출판사, 2011.
* 선재스님 졸업논문은 <사찰음식문화 연구>
이 책이 2011년에 나왔으니까 32년째 관리하고 계시는거 👍👍👍
책 읽다가 생각보다 너무 심하게 아프셔서 놀라서.... 처음엔 일톡에만 올렸다가 같이 보고 싶어서 슼에 올림.. 건강하세요 스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