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의 ‘2026년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도 더 안 좋을 것’이라는 모두의 우려 속에서도 다행히 시작이 좋다. ‘만약에 우리’(사진)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로맨스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여주면서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만약에 우리’의 누적 관객 수는 지난 13일 기준 115만4320명. 100만~110만 수준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도 순조롭게 넘었다.
연초 ‘만약에 우리’의 깜짝 흥행은 한국 영화계에 ‘관객이 찾는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좋은 영화는 결국 관객들이 보러와 준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며 “입소문의 힘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가는 설 연휴 개봉할 흥행 감독들의 차기작들을 시작으로 어렵게 피운 ‘소중한 온기’를 이어나간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그리고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다.
내달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첩보물이다.
‘베를린’(2013), ‘모가디슈’(2021)를 잇는 류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역의 조인성을 비롯해,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의 박정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황치성 역에 박해준 등이 출연한다. 신세경은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 역으로 ‘타짜: 신의 손’(2014) 이후 1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류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극장이 관객들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다”며 “곧 열릴 시사회를 통해 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휴민트’ 개봉에 앞서 ‘흥행 보증수표’ 유해진이 주연한 ‘왕과 사는 남자’가 일주일 먼저 관객들을 찾는다. ‘라이터를 켜라’(2002), ‘기억의 밤’(2017), ‘리바운드’(2023)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다. 조선 초기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의 우정을 다뤘다.
이후에도 출격을 앞둔 개봉 예정 대작들이 ‘천만 영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올해 최대 기대작은 올여름 개봉할 ‘호프’다. ‘추격자’(2008),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랑종’(2021)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국내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예산이 투입된 작품으로, 영화계 일각에선 “‘호프’만큼은 잘 돼야 한다. 그마저 실패하면 큰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2016)에 이어 준비한 또 하나의 ‘연상호표 좀비물’이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전지현과 구교환이 연기했다.
‘신세계’(2013)와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은 복수극 ‘슬픈 열대’로 관객을 찾는다. 열대우림의 절대자인 사부가 킬러 조직 ‘슬픈 열대’를 키우면서 소속 아이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의심하며 피의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밖에도 지난 2014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의 속편인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2’가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 만화 ‘타짜’의 4부를 다룬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개봉도 예정돼 있다.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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