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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윤나애의 녹색 미술관] 예술로 말하는 환경이야기: 숏츠, 숏츠, 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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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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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윤나애 작가] 나는 지금 ‘한달살기의 성지’라 불리는 치앙마이에서 아주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건조하고 시원한 공기도 기분이 좋고 매일 저녁마다 젊은 다국적 사람들로 가득 찬 야시장 또한 축제 같아 나도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들뜬다. 예쁘게 꾸며진 음료와 카페, 사진을 찍기 좋은 조명과 색감은 SNS에 올리기에 더없이 완벽하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수업을 듣고 한낮에는 느긋하게 뜨개질을 한다. 화면 속 나는 편안하고 여유롭고 잘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 둘과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른 이야기, 한국과 다른 위생, 벌레... 체력이 바닥나 침대에 쓰러진 밤, ‘이곳에서도 육아는 육아구나’ 하는 한숨은 SNS 친구들이 모를 것이다. 내가 올리는 것은 선택해 잘라낸 예쁜 장면뿐이니까.

우리는 지금 ‘숏츠’의 세계에 살고 있다. 숏츠는 전체가 아니다. 잘라낸 한 부분이자 뽑아낸 한순간의 즐거움이다. 요즘은 글이 조금만 길어도 영상이 조금만 길어도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한다. 세 줄만 넘어도 읽지 않고 3초만 지나도 지루해한다. 짧은 자극과 빠른 만족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숏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하루는 숏츠가 아니고 일주일, 일 년, 일생으로 이어진다. 모든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16세기 화가 피터르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농부의 결혼식(The Peasant Wedding, 1566-1567)’은 시끌벅적한 즐거움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 그럼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신부는 화면 한쪽에 조용히 앉아있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음식을 나르고 자리를 옮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은 단순하고 사소하지만 그 모든 움직임이 모여 하나의 장면과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이 그림이 보여주는 결혼식은 하이라이트만 잘라낸 숏츠가 아니다. 잔칫집의 소음와 바쁜 손놀림 그리고 지나간 노동의 시간과 곧 다시 시작될 일상의 무게까지 모두 한 화면 안에 들어있다. 브뤼겔은 즐거운 순간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 즐거움이 어떤 삶의 흐름 위에 놓여있는지를 함께 그린다. 사람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현실을 외면한 채 도피하려는 표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들은 이 잔치가 끝나면 다시 밭으로 돌아가고 계절이 바뀌고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이 그림 속 즐거움은 마냥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순간이지만 단절된 순간이 아닌 연결된 시간 속의 기쁨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점점 이 그림과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즐거움만 떼어내고 그 뒤의 과정과 책임은 잘라낸다. 오늘의 편안함만 소비하고 그 편안함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굳이 묻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루의 소비는 하루로 끝나지 않고 작은 선택은 작은 결과로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것이 연결되어 지금의 환경을 만든다.  

브뤼겔의 ‘농부의 결혼식’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삶은 숏츠가 아니며 기쁨조차도 맥락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은 우리의 삶과 떨어뜨릴 수 없고 눈앞의 평온만 떼어내어 즐길 수 없다. 평온은 과거의 선택 위에 놓여있고 미래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사실 브뤼겔의 이 그림은 ‘케세라세라’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될 대로 되겠지’라는 뜻으로 번역되곤 하지만 이게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라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될 대로 되겠지’란 태도는 오늘만 보고 내일을 지우는 방식이다. 진정한 케세라세라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알수 없기 때문에 더 책임 있게 오늘을 살라는 태도다. 브뤼겔의 잔치처럼 눈을 뜬 채 최선을 다해 즐기는 삶인 것이다.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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