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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제주항공 참사로 동생 먼저 떠나보낸 누나의 편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기록①—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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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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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동생이 초등학생 때, 엄마랑 아빠가 동생만 데리고 타이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제가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닐 땐데 저도 한창 사춘기였잖아요. 굉장히 화를 냈어요. 엄마는 동생만 예뻐하고, 왜 나는 안 데리고 가냐며. 동생만 갔다 와서 코끼리 탄 사진이 있으니 엄청 샘이 난 거죠. 그런데 이번에도 공교롭게 또 세 명만 가서 왜 그랬냐고, 원망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사실 모르겠어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든 게 다 멈췄어요. 인생 자체가 멈췄어요.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냥 부모만 잃어버린 게 아니라, 진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마치 다섯 살 어린아이가 광화문 거리 한복판에 버려진 듯한 그런 막막함과 암담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부모님 나이 드시면 내가 진짜 잘해야지, 부모님께 받은 만큼 편찮으시면 진짜 잘해야지’ 그랬는데.


그 첼로를 버리지도 팔지도 못하고 있어요. 저는 첼로를 연주할 줄도 모르고, 악기 크기는 큰데. 엄마한테 갖고 가라고 하고 싶어요. 남동생 차도 똑같아요. 진짜 오래된 파란색 모닝, 원래 엄마가 타고 다니던 거. 그것을 팔지도, 타지도, 폐차도 못하고. 계속 볼 때마다 욕만 하고 있죠. 차라도 좀 좋은 거 몰고 다니지. 볼 때마다 화딱지가 나요. 동생 유품은 정리할 게 별로 없었어요. 옷도 없고 너무 뭐가 없어요. 없어가지고 진짜 속상해요. 동생 가방이 있는데 농협에서 준 거예요. 그 나이에 그런 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 없거든요. 그걸 진짜로 메고 다녔어요. 동생이 그렇게 검소하게 아끼고 살다가 그마저도 저한테 남기고 갔어요. 본인 위해서 쓰고, 뭐라도 마음껏 하다 갔으면 덜 슬펐을 텐데. 뭐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고.


제가 유가족이 되고 보니 세월호·이태원 유가족들이 왜 그렇게 진상규명을 외치는지 알게 됐어요. 왜 우리가 갑자기 이별하게 됐는지, 그냥 이유라도 알고 싶은 거예요.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했잖아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왜 우리가 이런 이별을 해야 했는지를 사회가 알려줘야 한다, 그게 우리의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의 희생이 그냥 불운하고 억울한 죽음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해요. 사고 이유를 정확히 알고 사회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 어떤 배상·보상보다도, 우리 가족의 이름이 사회를 바꾸는 좋은 힘으로 기록되게 하면 좋겠다, 그것밖에 위로받을 게 없어요. 그래서 그런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우리 같은 아픔을 겪는 유가족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 우리 가족을 제대로 기억하고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 남은 가족들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참사는 단순히 불행한 사고가 아닌 인재였어요. 수많은 사소한 경고를 무시한 결과 벌어진 인재. 우리나라 항공 서비스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그 공항의 화려함 뒤 정작 항공 안전 시스템은 완전히 부실 자체였죠. 저희도 이 참사를 통해 진실에 가까이 가려고 하다보니 알게 됐어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우리만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본인과 가족의 항공 안전을 위해서라도 심각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는 걸요. 다시는 우리 같은 슬픔을 겪는 유가족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정부에서 여태까지 한 안전 권고는 딱 하나예요. “둔덕에 있는 공항에 고경력자 기장, 조종사를 배치하라.” 고경력자 기장은 안 죽어요? 그런 현실이에요.

전국의 콘크리트 둔덕들이 개선되지 않고 아직 그대로 있어요. 그래서 정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더 안전하게 공항을 이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새 비행기 1년에 한 번도 안 타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모든 국민이 관심 갖고 같이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https://h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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