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고 내놓은 대책들이 서민 무주택 세입자들을 주거 사지로 내몰고 있다. 돈줄이 묶이고 주거 이전까지 막혀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월세로 내몰리는 월세난민들이 늘고 있다.
내 집 마련이 막힌 무주택자는 전세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월세로 떠밀리면서 월세난민들의 비명은 더 커지고 있다.
전세대출과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막히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하며 무주택 서민들이 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전체 전세 계약의 42.5%가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2024년(31.4%)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갱신 계약이 늘고, 갭투자도 막히면서 전세 매물은 크게 줄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702건으로 1년 전(3만1386건)과 비교해 27.7% 줄었다.
반면 월세 매물은 2만1375건으로 1년 전(2만67건)과 비교해 6.5% 증가했다. 높아진 전세보증금과 대출 문턱으로 집주인도 세입자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내놓은 집주인들이 증가한 영향이다.
서울 하월곡동에서 보증금 2억원짜리 빌라 전세에 거주하는 세입자 홍모씨는 올해 5월 임대차 계약 만기를 앞두고 월세로 돌린다는 집주인 연락을 받고 부담이 커졌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엔 5000만원 이상 보증금을 올려야 할 상황. 월세만 20만원 더 내는 조건으로 집주인과 재계약하기로 했다.
보증부 월세 및 순수 월세 계약이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파트 월셋값이 부쩍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 수준으로, 전셋값 상승률(3.8%)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임대차 비용의 상승세는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매가격 변동폭이 비교적 작은 비아파트 시장도 전세 기피와 공급 물량 감소로 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초 100을 밑돌던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기준 102.59를 기록했다.
용인 처인구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사는 세입자 박모씨는 오는 3월부터 월 30만원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2년 재계약했다. 그는 “주변 집들도 보증금이나 월세가 모두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와 입주물량 감소 문제가 지속되면서 현재 흐름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 이후, 사실상 주거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매매도 어렵고, 전셋값도 상승하다 보니 계약갱신을 선택한 임차인들이 늘고 있는 데다 집주인들이 직접 임대 준 집에 들어와 살겠다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며 “그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기존 임차인은 나가야 하는데, 전셋값은 오르고 대출도 쉽지 않아 보증부 월세 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비아파트 또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월세 수요가 늘고, 공급 대비 수요가 늘면서 월세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와 비아파트 모두 월세 상승세가 지속되면, 당연히 주거 부담비도 늘고 그에 따라 더 질 낮은 주택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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