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야, 조선사람들 의식구조가 어떤 건지 너 아니?"
선혜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명희를 바라본다.
"아직은 지독한 봉건주의 아닌가요?"
"이중구조야. 이를테면 수구(守舊)와 개화(開化)가 따로 있는 게 아니구 함께 있는 거야. 함께 얽혀 있는 거야. 너도 그렇구 나도 그 이중구조의 희생물이라 할 수 있어. 신여성이라 일컫는 교육 받은 여성들, 그 대부분이 완상품이며 고가품일 뿐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없다. 좋은 혼처에서 주문하는 고가품이요 돈푼 있는 것들이 제이 제삼의 부인으로 주문하는 완상품이다 그 말이야.
그러면 진보적인 쪽에선 어떤가. 그들 역시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여자에게 주려고 안 해. 이론 따로 실제 따로, 남자의 종속물이란 생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아. 여자가 인간으로서 있고자 할 때 인형처럼 망가뜨리고 마는 것이 현실이야. 신여성이 걸어간 길은 완상품이 되느냐 망가지느냐 두 길 뿐이었다."
- 토지 16권 中
박경리 선생님이 당시 토지에서 여성캐릭터들 대사속에 녹여놓은 한국남자 통찰들은 진짜 다 옳은소리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