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치사 최초 검안의 오연상 "그레이스 호텔서 11시간 조사받아"…홍신학원 법정부담금 2024년 '0원' 납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외조부가 소유했던 용산 '그레이스 호텔'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검찰의 밀실 조사 장소로 사용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박종철 열사의 사망 원인을 처음 밝힌 오연상 의사는 이 호텔에서 하루 종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나경원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홍신학원은 2024년 법정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교육청으로부터 13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뉴탐사는 지난해 12월 25일 용산 일대를 수소문한 끝에 그레이스 호텔의 정확한 위치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이 호텔의 위치는 현재 용산역 사거리에 들어선 호반 서밋 건물 자리다. 인근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지금 호반이 지어진 데가 신원빌딩이었고, 그 이전에는 호텔이었다"며 "그쪽이 나경원 씨 외가 쪽 사람들 건물"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외조부,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물과는 '동명이인'
나경원 의원의 외조부 정희영 씨를 둘러싼 논란은 복잡하다. 일부에서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정희영'이 나경원 의원의 외조부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팩트 체크 결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정희영 씨는 충청남도 출신으로 나경원 의원의 외조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나경원 의원의 외조부 정희영 씨는 일제시대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해방 이후 삼화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
그레이스 호텔, 독재정권 불법 구금의 현장
나경원 의원의 외조부가 세운 그레이스 호텔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불법 구금 장소로 악용됐다. 당시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안에 석방하거나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했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호텔에 피의자를 감금했다. 호텔에 있으니 '구금'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레이스 호텔에서 한 달, 두 달, 심지어 석 달까지 갇혀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 '1987'에서 다루지 않은 진실
영화 '1987'은 경찰의 은폐 시도를 검찰이 밝혀낸 것처럼 묘사했다.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최환 검사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오연상 의사의 증언은 전혀 달랐다.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한 다음 날, 오연상 의사는 그레이스 호텔로 불려갔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무려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오연상 의사는 "조사할 내용이 없었다"며 "'거기 가서 뭐 했냐, 진술해라'라는 똑같은 질문을 백 번 넘게 반복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가 입장을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 즉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진술을 원했다. 그러나 오연상 의사는 끝까지 "물 때문"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그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주목할 점은 조사 장소와 조사 주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달리, 오연상 의사를 조사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었다. 그리고 조사 장소는 서울지검이 아니라 그레이스 호텔이었다. 오연상 의사는 "방이 미리 잡혀 있었고 책상도 갖다 놓고 준비하고 있더라"며 "일반인은 그 층에 왔다 갔다 안 했고, 양쪽으로 방이 열 개 넘게 있었다"고 기억했다. 검찰이 호텔 한 층 전체를 사무실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호텔 소유주인 정희영 씨가 이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그레이스 호텔에서 고문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윤 노파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고숙종 씨는 그레이스 호텔과 용산경찰서 지하실 등 7곳을 11일간 끌려다니며 옷을 모두 벗긴 채 욕탕에 거꾸로 집어넣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고문과 협박에 의한 자백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고문에 의한 자백을 배척한 최초의 법원 판결이었다. 형사소송법상 48시간만 구금할 수 있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호텔을 이용한 편법이었고, 이 모든 일이 나경원 의원 외조부 소유의 호텔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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