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배우까지 캐스팅했는데…영화 시장 어려워 끝내 제작 무산됐다는 '한국 영화'
김초희 감독의 신작 영화 '숨 가쁜 연애'가 제작 무산 소식을 전했다. 지난 29일 김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최종 결렬 사실을 직접 알렸다.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산나물 처녀' 등을 연출한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는 감독이다. 2020년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에서 여러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숨 가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기획됐다. 주연으로는 변요한과 정유미가 캐스팅돼 팬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제작은 '무빙' '굿파트너' '닥터 차정숙' '태양의 후예' 등 히트작을 연달아 만든 스튜디오앤뉴가 맡을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지난 5년간의 작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0년 7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이 마무리될 때 즈음,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었다. 제안을 주신 분도 너무 마음에 들고, 제작사도 믿을만하고, 무엇보다 순수 나의 오리지널 각본이니 너무 좋은 제안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어 앞뒤 잴 것도 없이 냅다 계약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후 내 인생에 그런 호시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 제안이 있었고, 한 3년간은 거절하는 게 일이었을 정도로 좋은 제안들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나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일념 하에, 물 들어올 때 과감히 노를 버리고 두문불출, 그 흔한 사적인 약속 하나 맘 편히 잡아본 적 없이, 하루 평균 열 시간이 넘도록 매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나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상업 영화 한 편을 만들어보자', '홍상수 감독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어떻게든 직업 감독으로 밥벌이를 하고 사는 감독이 되어보자. 단 나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이 딱 두 가지 마음으로 지난 5년이란 시간을 버텼다. 이 말엔 과장이 없다. 진짜로 그랬으니까"라고 했다.
제작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 모든 일이 경험 부족과 시행착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너무 나빠져 결국 투자가 결렬되고 말았다. 소위 말해 영화가 엎어졌단 소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렇게 끝난 게 별로 마음이 힘들지가 않다. 되려 홀가분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이 될 듯 안될 듯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니 버티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진작 이럴 때 마음이 미칠 듯 괴로웠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부정맥 다 겪었다"라며 자신의 상태를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긍정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오롯이 열심히 글만 쓰던 인내의 시간이 보석처럼 실력으로 남았다. 이 시간이 분명 다음 차기작에 어떤 식으로든 빛을 발할 것이기에 이상하게 마음이 괜찮다. 요즘 난 매일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걸 만들려고 우주가 나를 이런 식으로 단련시키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 준비하면서 함께 노력한 관계자분들과 배우, 스태프 모두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을 얻었다. 그러니 실패했어도 괜찮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최근 시장 침체로 제작이 무산되는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톱배우들이 캐스팅됐음에도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제작비 상승과 극장 관객 감소가 겹치며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변한 것이 주된 이유다.
변요한은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영화 '중간계'를 마친 후, 현재 영화 '파반느'와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드라마 '리본'에 대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미는 올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 특별출연했으며 내년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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