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發 PC가격 급등에 울상
AI붐 수요 몰리며 공급 부족 탓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최근 조립식 개인용 컴퓨터(PC)를 구입하려고 견적을 알아보다가 가격에 깜짝 놀랐다. 제품 값이 기존보다 수십만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PC 값 인상의 주범은 램 메모리 모듈이었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PC용 램 메모리 모듈의 가격은 지난 1월 이후 1년 새 5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품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매물을 검색해보면, 삼성전자 DDR-5 5600(16GB) 램의 가격은 이날 기준 28만8990원에 팔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6만690원에 구할 수 있던 부품이다.
특정 제품군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류 속에 전반전인 메모리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위의 삼성전자 메모리와 같은 계열인 DDR5 16GB 제품 가격은 지난 9월 약 6달러에서 최근 27달러로 폭등했다. 램 메모리 모듈은 PC의 빠르고 부드러운 동작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다.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나 하드드라이브가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램 메모리 모듈은 컴퓨터가 작동하는 사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올려놓는 곳이다. 램 메모리 모듈이 부족하면 다른 부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PC가 버벅이는 현상을 보인다.
램 가격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은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수요 급증과 공급 감소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AI 분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D램을 생산하던 주요 공정이 HBM용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램 메모리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오르며 전체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AMD는 지난달 모든 GPU 제품군의 가격을 10% 올렸고, 엔비디아도 15%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고성능 GPU에는 DDR5 메모리 모듈과 HBM이 대량으로 들어간다. 메모리 가격 인상이 그래픽카드 가격 인상을 이끄는 양상이 반복되는 이유다.
메모리 부족과 가격 상승 영향으로 PC 제조사들은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초 업계는 기존 일반형 컴퓨터에 AI를 접목한 ‘AI PC’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D램이 HBM에 밀리며 PC 양산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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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822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