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30% 감축을 목표로 '컵 따로 계산제(가제)'를 꺼내 들었지만, 소비자 부담 전가 논란과 자영업자 반발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기후부에 따르면 정부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생활계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3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부는 이 대책의 일환으로 일회용컵 가격을 음료값과 분리해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하는 '컵 따로 계산제'를 제시했다. 소비자가 다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일회용컵 가격만큼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이 사실상 음료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누가 컵값을 낼 것인가…소비자 부담 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별도로 책정된 컵 가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7일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가격은 가게가 자율적으로 설정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가격인 100~200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최저 가격이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기존 음료값에 컵값이 추가로 붙는 것 아니냐며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컵값이 따로 붙으면 결국 커피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 같아 걱정된다"며 "매일 두 잔씩 마시는 사람 입장에선 소액 인상도 한 달이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테이크아웃 음료 가격에는 일회용컵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으며, 이를 단지 영수증에 명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정미 기후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원래 음료값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컵 가격을 투명하게 표시하고, 다회용컵을 가져오면 그만큼을 할인해 주겠다는 취지"라며 "판매자가 컵 가격을 이유로 음료값을 인상할 명분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텀블러 할인, 일회용컵 보증금 환급, 탄소 포인트 등을 함께 적용하면 다회용컵 사용을 더욱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업주 77% "가격 인상 불가피"…정책 실효성 의문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 설명과 다소 다르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지난 18일 카페 점주 1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접한 가게마다 컵 가격이 다르면 비싼 곳은 손님과 실랑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 부담은 모두 점주가 떠안게 되는데, 가격을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탁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회용컵 보증금제, 종이 빨대 등 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점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이번 정책 역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하는 할인 폭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며 "출퇴근길에 텀블러를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안하면 실제 전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감축이라는 방향은 옳지만 정책이 잦게 바뀌면 국민에게 혼란만 준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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