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에 불을 붙이면서 통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교육현장의 통합 및 운영 등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행정통합에 따른 대전·충남 교육행정의 밑그림이 전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에 따른 교육행정에 대해 언급돼 있는 것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유일하다. 여기에는 양 시도 교육청 통합을 전제로 교육감 선출 방식에도 특례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전충남특별시장(가칭)과의 러닝메이트제 등 다양한 선출 방식을 도입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계는 선출방식뿐만 아니라 특별법안에 명시된 감사 권한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특별시장 소속으로 설치하고, 감사위원장 역시 특별시장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하지만 특별시장 직속 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법안에 포함된 교육감 선출 방식 변경, 지자체의 교육 분야 감사권 강화 등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교육자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게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통합과 관련해 교육계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고, 교육자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어 불확실성과 혼란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교육감 출마를 준비해 온 대전·충남 지역 후보들도 이번 통합논의에 ‘된서리’를 맞았다. 대전과 충남교육감은 현재 3선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무주공산이 된 교육감 자리를 노리며 출마를 준비해 온 후보만 양 지역에서 15명 안팎에 이른다. 이들은 통합특별시 법안 통과가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는 불확실성 속에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통합교육감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각 후보들은 투표까지 불과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에 들어가야 하고, 결국 후보의 면면에 따른 선택이 아닌 당만 보고 찍는 소위 ‘묻지마식 선거’를 부추길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마예정자는 “행정통합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혹여라도 논의가 교육부시장제 등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고, 교육의 자율성이나 중립성 침해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며 “지금은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현 선거 제도하에서 선거를 준비하면서도 통합에도 대비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통합 추진을 위해 특위를 구성했지만 교육행정과 교육감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위 공동위원장인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통합을 하면 교육감도 단일 교육감을 뽑는 게 기본 방향이 되겠지만 교육은 좀 다를 수 있기에 우선 양쪽에서 뽑고 나중에 합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은 이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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