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중앙 지점을 조금 벗어나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기자 상인들의 서툰 외국어가 들려왔다. ‘이불 골목’으로 불리는 이곳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약 50m 길이의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마다 이불이 천장에 닿을 만큼 쌓여 있었고, 통로 양옆에도 이불이 놓여 있어 성인 2명이 나란히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창호(가명)씨는 “장사가 잘되는 시기엔 1개당 5만원씩 하는 이불을 하루 평균 200장 정도 판매하는 날도 있다”며 “특히 관광객 1명이 선물용으로 몇십개를 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 골목 침구 가게 중엔 통역을 담당하는 외국인 직원을 배치하거나, 대만 달러화도 받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무자료 거래 통한 탈세 우려도
이불 골목이 이처럼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성장하며 시장 전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적지 않은 외화를 벌어 들이는 ‘효자 아이템’으로 평가받지만, 일각에선 ‘탈세의 성지’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금 계산서나 현금 영수증이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일보가 방문 한 침구 가게 10곳 중 5곳은 카드 결제 시 현금 거래가 보다 10% 가량 더 비싸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부 상인은 카드만 있는 관광객에게 “정말 현금이 하나도 없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 가게 주인은 이불을 구매한 대만 관광객이 ‘현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발급이 어렵다”고 답했다. 대만 국적 관광객 페니(30)씨는 “카드로 결제하면 돈을 더 내야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어서 현금을 급히 환전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침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B씨는 “이불을 가져오는 도매상들부터 소매업 가게들까지 ‘무자료 거래’를 암암리에 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침구 납품 기업 관계자인 C씨도 “광장시장에선 월 소득 신고액을 10분의 1까지 축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현금가와 카드가를 달리 받거나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제19조)에서 금지하는 불법 행위다. 국세청은 이불 가게 등 ‘가정용 직물제품 소매업’을 현금 영수증 의무발행업종으로 지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금 결제 유도나 무자료 거래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며 관할 기관과 함께 조치들을 계속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9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