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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7세·철창·5060’ 프레임이 지우고 있는 것들

무명의 더쿠 | 15:10 | 조회 수 1432

  올해 5월, 탁틴내일과 함께 라오스 현지 모니터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문제가 이렇게 빠르게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해외 성착취 관광 문제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대중의 시선은 늘 이 문제에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조사팀은 라오스를 방문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에게 실태 보고서를 전달했고, 여성신문과 함께 「K-성매매, 라오스로 번졌다… 비엔티안에 한국계 업소 14개」를 시작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은밀한 관광, K-성매매–라오스 아동성착취 추적기」를 기획 보도했다. 이 보도는 성착취 산업의 구조와 그 배후의 네트워크(후기 사이트, 유튜브, 메신저 플랫폼 등)를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보도 이후 라오스한인회는 성매매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 유튜버들로 인해 교민사회와 현지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주라오스대한민국대사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사관은 '라오스 내 성매매 금지' 공지를 발표했고, 주요 매체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해외 성매매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공식적으로 요구됐으며, 한국여행업협회 역시 성매매 관련 경고문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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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정부와 국제기구 역시 한국 남성의 성착취 관광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라오스 현지 언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 문제를 다시 조명했고(Laotian Times, 2025, November 7), 일부 국제기구와 NGO는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알선자를 제보하는 글까지 등장하면서, 이 사안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여성신문의 기획 보도가 성착취 관광 예방과 대응의 물꼬를 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11월 15일 모 일간지의 보도는 상황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어갔다. "성매매 예습까지 했다…라오스 10대女 찾는 한국 5060男", "10대女 찾는 한국 5060男…라오스 월세 5배 뛴 더러운 이유"라는 제목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자극적 소비를 불러왔다. 기사 전반은 '라오스', '7세', '철창', '5060'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가장 먼저 달린 댓글은 "라오스 성매매 홍보글 같다"였다. 이후 여러 언론이 이를 거의 그대로 복사해 보도하면서, 실태를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는 다시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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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7세'라는 극단적 사례가 강조되자 성인 여성에 대한 착취는 '자발적 거래'처럼 뒤로 밀렸다. 기사 속 교복 사진을 두고 "미성년자냐 아니냐"를 논쟁하는 댓글은 이어졌지만, 정작 성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묻는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둘째, '5060 남성', 즉 구매자만 문제 삼으면서, 성매매 업소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한국인 업주·알선 네트워크는 보도에서 거의 사라졌다. 텔레그램에서는 그나마 "성매매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자"는 반응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교민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정보방에는 여전히 업주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언론의 시선이 구매자들에게 머문 사이, 알선 구조는 그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셋째, '철창'이라는 극단적 사례에만 시선이 머무르면서, 동남아시아에서 반복되는 K-성매매의 핵심 구조는 보도에서 가려졌다. 보도 속 '철창'은 전통형 성매매집결지에 가깝지만, 활동가들이 공론화했던 'K-성매매' 실태의 대부분은 노래방, 마사지숍, 가라오케와 같은 한국식 성매매 가능업소 혹은 유흥업소였다. 한국에서는 유흥업소가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건 성매매 업소가 아니다", "PR걸은 성매매 여성이 아니다", "여성단체는 제대로 알고 말해라"라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합법 여부와 착취 구조는 전혀 다른 문제다. 노래방 도우미와 유흥접객원이 법적으로 '성매매'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산업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취약성을 자본화하는 방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착취를 '성교 행위나 유사 성교 행위' 여부로만 판단하는 협소한 법적 틀에 갇히는 순간, 산업 전반에서 작동하는 폭력과 지배의 메커니즘을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법적 정의의 경계가 아니라, 그 경계를 비집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성산업의 구조적 착취다.

마지막으로, '라오스'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다. 이번 조사가 라오스에 주목한 이유는 조사팀이 해당 지역에서 ODA 사업을 수행하며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태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고, 교민 사회를 통해 알선 구조를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업 과정에서 피해자를 직접 마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라오스 사례를 먼저 제기했지만, 우리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한국인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성착취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언론 보도는 이 맥락을 지워버렸고, 그 결과 "왜 라오스만 타겟하냐"거나 "당분간 라오스 말고 다른 데 가자"와 같은 반응만 반복되며, 문제를 구조가 아닌 특정 국가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갔다.

결국 초기에 만들어낸 의미 있는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론장의 표면에는 자극적 보도의 잔상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정작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왜 한국인 남성 중심의 성착취 산업은 해외에서도 반복되는가?", "이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힘은 무엇인가?", "피해의 현실은 왜 이렇게 쉽게 지워지는가?", "정부와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라오스', '7세', '철창', '5060'만이 남는다면 우리는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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