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696435?sid=001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샤워기·수도관서 증식
면역 저하·만성 폐 질환자는 특히 신경써야양치질 후 샤워기 물로 입안을 헹구는 습관이 특정 조건에서는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경고가 나왔다. 특히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일상적인 위생 습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은 '당장 그만하세요. 샤워기로 입 헹구는 행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영상에 따르면 샤워기로 입안을 직접 헹구는 행동은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NTM)'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는 결핵균과 같은 마이코박테리아 계열이지만, 사람 간 전파보다는 환경 노출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수와 강, 토양 등 자연환경뿐 아니라 샤워기와 수도관, 가습기 같은 물과 관련된 가정·의료 환경에서도 검출된 사례가 있다.

이 균은 염소 소독에 비교적 강하고 표면에 달라붙어 생존하는 성질이 있어, 샤워기 헤드나 호스 내부에서 바이오필름(물때)을 형성하며 증식할 수 있다. 특히 물이 정체되기 쉬운 샤워기 호스 구조는 균이 번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로 입안을 헹구면 구강과 상기도가 물에 직접 노출돼 균을 흡입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최근 "샤워기가 오래되면 헤드 안에 균이 들러붙어 샤워할 때 퍼질 수 있다"며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구는 습관은 당장 고쳐야 할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샤워기 헤드를 최소 6개월에 한 번 교체하고, 장기간 사용한 샤워기는 위생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의료진은 일반적인 샤워나 수돗물 사용만으로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균에 노출되더라도 면역 체계에 의해 제거돼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기관지확장증, 과거 결핵으로 인한 폐 손상 환자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폐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 같은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도 보고됐다.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만성 기침을 앓던 중국 여성 A씨는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폐 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10년 넘게 교체하지 않은 샤워기 헤드를 사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오래된 샤워기와 입 헹구는 습관이 감염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샤워기 헤드와 호스를 주기적으로 분리·세척하고, 내부에 물이 오래 고이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양치질은 세면대 수돗물을 이용하고, 샤워 중 구강을 직접 헹구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위생 관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