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결혼식 축의금 13,000원 낸 친구
82,722 395
2025.12.16 21:04
82,722 395

[ 축의금 만삼천원 ]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서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이철환 『곰보빵』중에서 

댓글 39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토팜💙]🚨민감하고 손상된 피부 주목! 판테놀 10% 고함량 ✨아토팜 판테놀 로션✨ 체험단 모집 122 00:05 4,323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 07.13 1,027,34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26.08.30 아이디 판매 유도관련 추가) 24.04.09 14,062,32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455,51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20.04.29 37,671,44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326,41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3 21.08.23 8,741,57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650,30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56 20.05.17 8,872,20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5 20.04.30 8,747,9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타회원 글/댓글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96,95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57410 이슈 종은 다르지만 누가봐도 형제 05:33 186
3157409 유머 새벽에 보면 등골 서늘해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33편 04:44 135
3157408 유머 볼수록 꽤괜..?이라는 영화 타짜:벨제붑의 노래에서 스윙스 연기 2 04:30 579
3157407 정보 10월부터 강화되는 교통단속 6 04:29 1,150
3157406 유머 고등학생때가 편하고 조앗단건아닌데.twt 4 04:26 852
3157405 유머 작년에 공차 키오스크에서 메뉴고르면 나던소리같다 2 04:23 511
3157404 유머 비둘기 vs 갈매기 vs 거위 vs 까마귀 1 04:04 238
3157403 이슈 2027년은 3개월 후야 2020년은 7년 전이었어… 16 04:04 1,220
3157402 이슈 어제자 4년 만에 열린 그룹 팬싸에서 1번부터 30번까지 팬들 캠 아이컨택하며 단체로 인사하는 아이돌 4 03:51 968
3157401 이슈 14년 만에 복귀한 삐에로 이용주 풍선쇼 1 03:45 947
3157400 유머 이 고양이 지금 방구 껴놓고 자는척해요 아 먼지 밑에 깔린 내 동생: (코막음) 13 03:27 1,383
3157399 유머 그로구 아빠 다리 밑이 자리였는데 컸다고 이제 자기 자리도 생김 10 03:21 1,882
3157398 이슈 러시아 문학의 느낌을 알아보자.jpg 20 03:12 2,341
3157397 유머 이렇게 물면 앞이 안 보이는데 항상 이렇게 물고 못 움직이는 도넛가나디 2 03:09 1,126
3157396 유머 고양이 궁팡을 제때 안해주면 할당량이 사채빚보다 불어남 5 03:08 1,091
3157395 유머 자고 일어났더니 중국인 억양으로 바뀐 영국인 5 03:06 1,864
3157394 이슈 다음주 냉부 추석특집 예고 - 권성준,윤남노 냉장고 공개 !! 7 03:05 1,091
3157393 유머 이런 밤티력을 품어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을 거 같은데 ㅜㅜ 3 03:04 1,715
3157392 유머 팬의 정성에 말문이 막힌 아이돌 1 03:04 746
3157391 유머 우리집은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자리가 있었음 뭘잘못했는지 생각해보라고함 7 03:03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