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행 피해자 “가족에 알리지 말라” 했는데…집으로 수사 통지서 보낸 경찰
경찰이 “성추행 사실을 가족이 모르게 해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을 잊고 집으로 수사 서류를 보낸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 송파경찰서는 담당 수사관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 중이다.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에 있는 한 마사지 업체에 방문했다가 마사지사인 중국인 남성 B씨로부터 가슴 부위를 추행당했다. 또 B씨는 A씨에게 몸을 밀착해 A씨의 손이 자신의 신체 부위에 여러 차례 닿게 했다고 한다. “빨리 집에 가야 한다”며 급하게 업장을 빠져나온 A씨는 경찰에 B씨를 신고했다. “성추행을 저지른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B씨는 지난 9월 돌연 중국으로 도망쳤고, 수사는 중단됐다. A씨는 “가족이 몰랐으면 한다”며 “수사 서류는 집이 아닌 회사로 보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A씨 집으로 ‘수사 중지 통지서’가 날아왔다. 경찰이 A씨 요청을 잊고 수사 서류를 A씨 집으로 보낸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분명 서류를 집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얘기했는데 집에 와 있는 통지서를 보고 놀랐다”며 “가족들에게 ‘그런 곳을 왜 갔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수사관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법원은 경찰이 피해자의 요청을 잊고 성폭력 관련 수사 서류를 집으로 보냈을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수사결과 통지서를 수령한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이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국가가 피해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성범죄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할 때 고소인 등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경찰관들의 과실로 피해자의 자기정보 통제권과 사생활 비밀이 침해됐고, 가족이 우편물을 개봉해 피해가 커졌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로,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했고 향후 더욱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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