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레테 없앤다더니 ‘토플 100점’이 초등 선발기준 …선넘은 대치동 어학원
2,086 43
2025.12.09 18:08
2,086 43

대치동 어학원 '토플 100점' 기준 제시
토플 100점은 美 명문대 입학요건 수준
'7세고시' 폐지 움직임에 대치동 '요동'
학부모 "황당"···전문가 "레테 폐지, 요식적"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서 올린 입학 개편 관련 공고 갈무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서 올린 입학 개편 관련 공고 갈무리.
[서울경제]

‘4·7세 고시’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초등 어학원이 ‘토플(TOEFL) 100점’이라는 입학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레벨 테스트(레테) 폐지 요구가 높아지자 학원가가 이를 우회하기 위해 또 다른 선발 기준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9일 학원가에 따르면 이달 초 대치동의 P 어학원에서는 내년 3월부터 현행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토플 100점 이상을 받았거나 자체 영어 능력 평가를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원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경우 토플을 100점 이상 받거나 학원의 온라인 수업을 6개월 이상 수강한 경우, 혹은 자체 영어 등급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2차 시험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신청 자격 중 하나로 제시한 토플이 대학생·취업자 등 성인에게 적합한 시험이라는 점이다. 현재 P 어학원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토플은 영어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외국인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됐다. 읽기·듣기·말하기·글쓰기 등 언어의 전 영역에서 긴 지문을 소화해야 해 성인도 고득점을 받기 쉽지 않다. 이러한 토플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것은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서울의 한 영문학부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토플 100점을 맞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초등 어학원이 선발 기준으로 토플 고득점을 제시한 데는 정부의 어학원 레테 폐지 압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어학원은 공지를 통해 “폭넓은 시야와 공신력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의 영어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가 아닌 실력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행 입학시험을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어학원이 언급한 ‘입학을 위한 시험’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이 치르는 이른바 ‘7세 고시’와도 연결돼 있다. 대치동에는 유명 초등 어학원의 레테를 통과하기 위한 ‘프렙(prep) 학원’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초등 어학원의 정책은 줄줄이 미취학 아동 학부모에게 영향을 끼친다. 유명 초등 어학원 입학시험을 신청하기 위해 대치동 학부모 사이에서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수강 신청 사이트를 이용하라는 ‘꿀팁’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닐 정도다. 엄마들의 필수 업체로 꼽히는 레테 신청 대행 업체에서도 유명 어학원 성공 수기를 수십 건 이상 게재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이 이어지면서 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빗발쳐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8월 “극단적 선행학습 형태의 조기 사교육이 아동 인권 전반에 초래하는 문제가 중대하다”면서 교육부 장관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교육부는 태스크포스(TF) 격인 영유아사교육대책팀을 꾸리고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을 단속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P 어학원의 변화가 정부 규제 우회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P 어학원 외에도 대치동 유명 어학원들 사이에서는 레테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수준별 분반을 폐지하는 등 임시방편을 만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 사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박 모 씨는 “최근 시장의 초점이 점점 나이가 어려지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성적표가 나오거나 합격과 불합격이 있어야 한다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 됐다”면서 “(7세 고시 폐지 등) 정부 규제가 속도를 내면서 많은 관계자가 불편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플을 100점 이상 맞는 아이면 어학원을 왜 보내겠느냐”면서 “이미 완성된 아이만 가르치겠다는 의미인 듯해 씁쓸하다”고 했다. 반면 P 어학원의 공지가 발표된 후 일부 학부모들은 토플 과외를 문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전은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레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학원들이 많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월반을 하고 싶으면 말하기 동영상을 찍어 제출하라’는 등 우회적으로 레테를 치르는 학원들이 많다”면서 “현재 발의된 ‘레테 금지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지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현장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565269?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4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예매권 이벤트 327 00:05 5,89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68,77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0,899,7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06,70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237,75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02,42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0 21.08.23 8,448,44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3 20.09.29 7,376,8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89 20.05.17 8,571,18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1,9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65,95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28903 유머 1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 12:55 6
2928902 이슈 강아지에게 기상음악과 브런치를 직접 가져다주는 앵무새 🦜 12:55 3
2928901 기사/뉴스 정소민, 흰 엔터와 전속계약…원지안과 한솥밥 [공식] 12:53 94
2928900 이슈 이 사건이 벌써 드라마에 나온다고?싶은 tvN 새 드라마.jpg 12:53 451
2928899 이슈 브리오슈를 뜨거운 초콜릿과 휘핑크림에 찍어 먹는 영상 3 12:51 398
2928898 기사/뉴스 [속보] 비상계엄 "내란 인식 64%"…국힘 대응은 '완전 실패' 평가 2 12:51 206
2928897 기사/뉴스 미국 여행가려면 5년치 SNS, 지문·DNA 싹 내놔야...ESTA 심사 강화 5 12:51 330
2928896 기사/뉴스 "매일 40분씩 일찍 출근했다가 짤렸다"..회사 고소했지만, 法 "해고 정당" 황당 13 12:50 868
2928895 기사/뉴스 유연석X서현진 8년만 재회, 내년 방영 MBC ‘라이어’ 캐스팅 12:50 136
2928894 이슈 해외에서 440만 조회수 넘은 한국어 짤.jpg 24 12:49 1,607
2928893 기사/뉴스 '조각도시' 지창욱 "고통받았다…당분간 액션 절대 안 하고 싶어"[인터뷰①] 12:49 95
2928892 이슈 요즘 초등교사들이 탈출하기 시작한 진로 5 12:49 1,146
2928891 기사/뉴스 [속보] “불이 안 꺼져요” 신고했는데 출동 안한 소방…80대 숨진 채 발견 44 12:47 1,827
2928890 이슈 쿠팡플레이 <자매다방> 예고 게스트 - 박서준 1 12:47 143
2928889 유머 양말 어디꺼냐고 여쭤보시는데.......... 8 12:46 1,258
2928888 유머 김수용 : 내가 (병원에서)나가면 임형준하고 김숙 고소할거야 14 12:46 1,984
2928887 기사/뉴스 케데헌·올데프·미야오…더블랙레이블 테디, 국무총리표창 12:46 119
2928886 기사/뉴스 자우림, '2025 MBC 연기대상' 축하 무대 출격 12:45 117
2928885 기사/뉴스 더블랙레이블, 악플러 경고…"사이버범죄, 책임 묻겠다" 5 12:44 189
2928884 기사/뉴스 송혜교, 공유와 투샷에 기겁 "윙크하는 거야? 지금? 허허" 2 12:44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