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실업급여 수급 청년 80% 증가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많아진 현실에 '실업급여의 늪'에 빠진 청년들
"백수로 지내다 뒤늦게 대학 나와 2년6개월 동안 회사 다니던 아들이 일이 생겨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런데 실업급여가 나온다며 직장 찾을 생각도 안 하고 계속 놀고만 있습니다. 구직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만 받으러 돌아다닙니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짧거나 금액이 적다면 직업을 구하려고 노력할 텐데 최저임금의 80%를 주니 누가 일하려 합니까."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한 민원인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최근 수년 새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청년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실업급여 하한액도 증가했다. 이에 최저임금을 받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편이 더 이득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의왕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A씨(28)는 지난 7월부터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회사와 협의 후 권고사직으로 퇴사한 후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A씨는 "실수령액 월 240만원 남짓을 받았지만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를 제하면 실업급여를 받는 것과 10만~2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임금과 복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 미래가 보이지 않는 커리어 등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닐 바엔 실업급여를 받으며 재취업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0인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3238만원이다.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월 240만원 수준이다. 고된 업무와 직장 내 스트레스를 견디느니 실업급여를 받으며 재충전과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굳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청년층의 실업급여 수급 증가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감사원의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3년 실업급여 지급 전체 증가율은 40.5%다. 전체 실업급여 지급 규모는 2019년 8조8300여억원에서 2023년 11조775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5~29세의 실업급여 수급 증가율이다. 2019년 해당 연령대에 지급한 실업급여 규모는 약 7020억원이었다가 2023년엔 1조2860억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율은 83.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뒤이어 60대 이상이 75%, 25세 미만이 62.6%를 기록했다. 30·40·50대의 실업급여 증가율은 20%대였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실업급여' 역전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은 높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2.9% 인상된 1만320원이다. 주 40시간 근무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월 215만원 정도다. 여기에서 4대 보험과 소득세 등을 공제할 경우 약 195만~2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상한액도 올라간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실업급여 하한액이 일당 6만6048원(8시간 기준)으로 현 상한액(6만6000원)보다 높아지게 되면서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실업급여 상한액은 6만8100원으로, 실업급여를 최대로 받는다면 월 204만원(30일, 하루 8시간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월 최소 지급액은 올해 약 192만원에서 6만원가량 늘어난 198만원이다. 실업급여의 달콤함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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