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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날아들어 손님의 커피를 마시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구조 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4일 중앙일보에 “지난달 24일 해당 앵무새가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에 따르면 앵무새는 지능이 높아 유기되거나 반려인 집에서 탈출한 뒤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앵무새는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의 커피를 홀짝이다 경찰에 구조돼 협회에 인계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이 앵무새가 노랑이마아마존앵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랑이마아마존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Ⅱ에 속한 새다.
부속서 Ⅱ에 오른 종은 개인 거래를 포함한 상업·학술·연구 목적의 국제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수출허가서 등을 구비해야 하고, 유기 개체는 개인 입양도 불가능하다. 이 노랑이마앵무새는 원소유주를 찾는 공고 기간이 지나면 국립생태원 CITES 동물 보호시설에 인계될 예정이었지만 끝내 폐사했다.

국립생태원은 2021년부터 이처럼 밀수·유기·불법 사육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CITES 동물 총 63종, 382개체(지난달 기준)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남 서천군에 있는 해당 보호시설에 들어서니 또 다른 노랑이마아마존앵무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앵무새는 높은 어조의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여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인이 평소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경기 부천시에서 발견된 이 앵무는 공고 기간 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국립생태원에 들어왔다. 보호시설에 있는 또 다른 앵무는 굵은 남자 목소리를 흉내내 연신 “안녕”이라고 말했다.
보호 동물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건 파충류로 총 344개체에 달하고, 조류와 포유류는 각각 34개체, 4개체가 머물고 있다. 지난해 반입된 동물은 총 429개체다. 밀수(377개체·86.9%) 과정에서 적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유기(34개체·7.9%), 불법 사육(14개체· 3.2%) 순이었다.

밀수는 온갖 방법으로 이뤄진다. 테이프로 몸을 칭칭 감아 반입하는 건 예삿일이다. 게임기 부품을 빼고 그 안에 살아있는 도마뱀을 넣거나, 장난감으로 위장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수십 마리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운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 아래에 있는 개체는 장기가 망가져 사망하기 일쑤라고 한다.
보호시설에는 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샴악어도 머무르고 있었다. 생태원은 악어 몸집이 커져 유리 사육장에서 키우기 어려워지자 부담을 느낀 불법 사육자가 유기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보호시설에 올 당시 80㎝였던 악어는 95㎝까지 성장한 상태다.


보호소는 현재 샴악어 57개체, 바다악어 17개체, 뉴기니악어 3개체를 보호 중이다. 강규호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전임연구원은 “추세를 봤을 때 앞으로 국내 하천이나 강가에서 악어가 발견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드물지만 포유류가 보호시설로 오는 경우도 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식당에서 설치한 새장에 살던 일본원숭이는 지난 2021년 11월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로 국립생태원에 들어왔다. 이 일본원숭이는 먹이를 잘 먹지 않는 등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현재는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사육 난도가 높은 멸종위기종이 계속 반입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은 모습이 화려하고 귀여운 데다, 희소성까지 더해져 비싼 값에 거래되곤 한다. CITES 부속서Ⅰ에 속한 인도별육지거북은 현지에선 수십만원이면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150만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벌금도 아니고 과태료 처분에 그칠 때가 많다. 처벌을 강화해야 공급과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끊이지 않는 밀수와 유기로 보호시설은 포화에 이르고 있다. 면적 2165㎡에 최대 560∼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호소의 포화율은 현재 약 70%라고 한다. 강 연구원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지만 인력, 예산 등 여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국내외 동물원과 생츄어리에 동물을 이관해 포화도를 낮추고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 살게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26개체가 서울동물원, 미 콜로라도의 야생동물 생츄어리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주종우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장은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