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8일간 주인만 부르다 결국…'커피 도둑' 앵무새의 죽음
3,566 20
2025.12.05 10:34
3,566 2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87683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 날아들어 손님의 커피를 홀짝이던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구조 8일 만에 자연사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 날아들어 손님의 커피를 홀짝이던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구조 8일 만에 자연사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카페에 날아들어 손님의 커피를 마시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구조 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4일 중앙일보에 “지난달 24일 해당 앵무새가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에 따르면 앵무새는 지능이 높아 유기되거나 반려인 집에서 탈출한 뒤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앵무새는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의 커피를 홀짝이다 경찰에 구조돼 협회에 인계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이 앵무새가 노랑이마아마존앵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랑이마아마존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Ⅱ에 속한 새다.

부속서 Ⅱ에 오른 종은 개인 거래를 포함한 상업·학술·연구 목적의 국제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수출허가서 등을 구비해야 하고, 유기 개체는 개인 입양도 불가능하다. 이 노랑이마앵무새는 원소유주를 찾는 공고 기간이 지나면 국립생태원 CITES 동물 보호시설에 인계될 예정이었지만 끝내 폐사했다.

 

“여우야”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 주인
지난 2023년 경기 부천시에서 발견돼 국립생태원에 이관된 노랑이마앵무새는 높은 어조의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여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진 국립생태원
지난 2023년 경기 부천시에서 발견돼 국립생태원에 이관된 노랑이마앵무새는 높은 어조의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여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2021년부터 이처럼 밀수·유기·불법 사육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CITES 동물 총 63종, 382개체(지난달 기준)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남 서천군에 있는 해당 보호시설에 들어서니 또 다른 노랑이마아마존앵무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앵무새는 높은 어조의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여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인이 평소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경기 부천시에서 발견된 이 앵무는 공고 기간 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국립생태원에 들어왔다. 보호시설에 있는 또 다른 앵무는 굵은 남자 목소리를 흉내내 연신 “안녕”이라고 말했다.

보호 동물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건 파충류로 총 344개체에 달하고, 조류와 포유류는 각각 34개체, 4개체가 머물고 있다. 지난해 반입된 동물은 총 429개체다. 밀수(377개체·86.9%) 과정에서 적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유기(34개체·7.9%), 불법 사육(14개체· 3.2%) 순이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도대체 어쩌자고 악어를…”

밀수는 온갖 방법으로 이뤄진다. 테이프로 몸을 칭칭 감아 반입하는 건 예삿일이다. 게임기 부품을 빼고 그 안에 살아있는 도마뱀을 넣거나, 장난감으로 위장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수십 마리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운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 아래에 있는 개체는 장기가 망가져 사망하기 일쑤라고 한다.

보호시설에는 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샴악어도 머무르고 있었다. 생태원은 악어 몸집이 커져 유리 사육장에서 키우기 어려워지자 부담을 느낀 불법 사육자가 유기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보호시설에 올 당시 80㎝였던 악어는 95㎝까지 성장한 상태다.

2023년 밀수범이 샴악어를 몰래 반입하려다가 적발된 당시. 사진 국립생태원
2023년 밀수범이 샴악어를 몰래 반입하려다가 적발된 당시. 사진 국립생태원
지난달 28일 찾은 충남 서천군의 국립생태원 CITES 동물보호시설에선 밀수 또는 유기된 악어를 보호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지난달 28일 찾은 충남 서천군의 국립생태원 CITES 동물보호시설에선 밀수 또는 유기된 악어를 보호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보호소는 현재 샴악어 57개체, 바다악어 17개체, 뉴기니악어 3개체를 보호 중이다. 강규호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전임연구원은 “추세를 봤을 때 앞으로 국내 하천이나 강가에서 악어가 발견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드물지만 포유류가 보호시설로 오는 경우도 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식당에서 설치한 새장에 살던 일본원숭이는 지난 2021년 11월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로 국립생태원에 들어왔다. 이 일본원숭이는 먹이를 잘 먹지 않는 등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현재는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지난 2021년 11월 경기 안양시의 한 식당에서 설치한 새장에 살던 당시 일본원숭이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지난 2021년 11월 경기 안양시의 한 식당에서 설치한 새장에 살던 당시 일본원숭이의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사육 난도가 높은 멸종위기종이 계속 반입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은 모습이 화려하고 귀여운 데다, 희소성까지 더해져 비싼 값에 거래되곤 한다. CITES 부속서Ⅰ에 속한 인도별육지거북은 현지에선 수십만원이면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150만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벌금도 아니고 과태료 처분에 그칠 때가 많다. 처벌을 강화해야 공급과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까지 책임 못 지면 키우질 말아야”
지난달 28일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어린이들이 유기되거나 밀반입된 뒤 보호 중인 사막여우를 구경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지난달 28일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어린이들이 유기되거나 밀반입된 뒤 보호 중인 사막여우를 구경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끊이지 않는 밀수와 유기로 보호시설은 포화에 이르고 있다. 면적 2165㎡에 최대 560∼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호소의 포화율은 현재 약 70%라고 한다. 강 연구원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지만 인력, 예산 등 여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국내외 동물원과 생츄어리에 동물을 이관해 포화도를 낮추고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 살게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26개체가 서울동물원, 미 콜로라도의 야생동물 생츄어리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주종우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장은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바타: 불과 재> IMAX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1094 12.04 23,67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10,11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0,828,25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266,50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178,39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995,68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0 21.08.23 8,439,98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3 20.09.29 7,372,49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89 20.05.17 8,561,7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58,63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49,48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27078 이슈 조진웅 사건으로 추정되는 다른 기사 5 16:04 1,038
2927077 이슈 환승연애 현지 엑스룸 OST였던 유라 노래 16:03 107
2927076 이슈 걸그룹 멜론 하트수 Top30 16:03 134
2927075 기사/뉴스 김혜수, 염혜란·박보검 커피차도 받았는데…'시그널2' 조진웅 논란 어쩌나 5 16:02 509
2927074 이슈 볶볶머리 박제하라고 난리인 육성재 최근 헤어 7 16:02 515
2927073 이슈 2년전 서바 시절 원희 엔딩 요정... 10 15:57 800
2927072 이슈 아이돌 연애 관련해서 가장 공감가는 명언 23 15:54 2,464
2927071 이슈 거실을 옷장으로 쓰는 남자아이돌 29 15:51 3,381
2927070 기사/뉴스 "프린팅만 벗겨지는게 아냐"...'서브웨이 랍스터 접시' 카드뮴 초과 검출 55 15:49 2,072
2927069 정치 갤럽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2% 지역별, 연령별 세부 여조 25 15:48 656
2927068 이슈 오늘로 연재 50주년을 맞이한 순정만화...jpg 44 15:48 2,842
2927067 이슈 아내가 임신후 입덧으로 빵만 먹을수 있을때 남편 자세 33 15:45 5,829
2927066 정치 애착 GPT(하정우 수석) 찾는 이재명 대통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7 15:45 2,070
2927065 이슈 @:신혜선, 서현진 변호사 역할로 만나줘.gif 12 15:45 1,012
2927064 이슈 어제자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동사연 3 15:44 757
2927063 이슈 내일 첫방송인 박서준 7년만의 새 로코 드라마.....gif 11 15:44 1,481
2927062 이슈 롱샷(lngshot) 첫눈 챌린지❄️.insta 3 15:44 325
2927061 이슈 이거 엄마한테 물어봣엇는데 예전엔 남자들만 학교다녀서그렇대 16 15:42 3,401
2927060 이슈 조진웅으로 추정되고 있는 1994년 여고생 성폭행 사건 521 15:42 33,590
2927059 이슈 러블리즈 활동 할 생각 없다는 멤버 53 15:41 4,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