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사망 사고 악재에도 도선료·배송지연 없는 유일한 대안... "울며 겨자 먹기"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항의를 넘어 집단소송과 정부 차원의 제재 논의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피해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조직적입니다. <뉴스1 > 보도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 기준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는 약 10곳, 총 회원 수는 2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루에만 1만 개 이상의 글이 쏟아질 정도로 분노가 거셉니다.
대통령실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유출 사고를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실장은 "기업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과 정부의 강경 대응 예고에도 선뜻 '탈쿠팡'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민들입니다. 이들에게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생존 필수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배송비 폭탄과 배송 지연이 일상입니다. 일반 택배를 이용하면 3천 원에서 5천 원에 달하는 도선료(추가 배송비)를 물어야 하고, 물건을 받기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반면 쿠팡은 다릅니다. '로켓와우' 회원이면 도선료 없이 무료 배송을 해줍니다. 심지어 오늘 주문하면 이틀 안에 도착하는 배송 시스템은 육지와 동일한 생활권을 누리게 해 준 유일한 플랫폼인 셈입니다.
제주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털렸다니 소름 돋지만 쿠팡 없이는 살 수 없다", "정보 유출은 걱정되지만 다른 택배비 생각하면 탈퇴는 꿈도 못 꾼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이 줄을 잇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동에서는 심야 배송 업무를 하던 30대 쿠팡 택배기사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쿠팡 제주1캠프 야간조 특수고용직 기사로 알려진 A씨는 지난달 7일 부친의 장례를 치른 뒤 이틀 만에 복귀해 다시 심야 배송 업무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오영훈 도지사는 1일 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12월 소통과 공감의 날' 월례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심야 노동환경과 근무 실태, 사업장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 지사는 "심야 노동 과정에서 젊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며 "노동 사각지대를 지방정부가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권익센터를 중심으로 심야 노동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밀한 사생활 정보 유출과 2차 피해의 공포 그리고 열악한 노동 현장의 사망 사고까지.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제주도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편의성이라는 인질 앞에서, 제주도민들은 오늘도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로켓배송'을 클릭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임병도
[오마이뉴스] 기사 전문 https://omn.kr/2g8um